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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Bon voyage

Paris #001 | 오늘같은 밤이면 파리에 가기 전엔 '철근 얽힌 흉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 흉물이 보기 싫어 아예 에펠탑에서 식사를 했다는 에밀 졸라의 눈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빛을 받은 에펠탑을 보니 세느강 칼바람에 볼이 터져 나가도 철컥철컥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마침 에펠탑에 닿은 달. 에펠탑을 관통하는 듯한 메트로 더보기
그림자가 예쁜 간판 현수막과 더불어 간판도 시끌시끌한 세상이지만, 그림자가 예쁜 간판들이 있는 곳들도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에 있는 로텐부르크.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동화책을 펼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은 마을이다. 인위적인 느낌이 다소 강해서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기자기한 소품과 조근조근한 분위기를 엽서 밖에서 느끼고 싶다면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곳 간판들은 보통 우리가 길에서 보는 간판과 다르다. 간판 가게에서 찍어내 다른 곳에서도 본 듯한 그런 간판이 아니라 그 가게와 어울리고 그 가게를 명확하게 나타내는 간판이다. 가게마다 다 다르다. 조명이 받쳐줘서 밤에도 화려하게 빛나진 못하지만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오후 햇살에 그림자가 참 예쁘다. 이 곳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더보기
부디... 여행 내내 졸였던 마음으로 성당이 보일 때마다 들어가 촛불을 밝혔다. 부디... 내 촛불은 참으로 미약했나보다. 하지만 계속 밝혀야 하는 것이 맞겠지. 이 남은 3년만큼은 절대 놓지 말아야겠다. 줄다리기할 때 손바닥이 벗겨지는 것 같아 힘이 별로 세지 않은 나는 잠깐 놓아도 되겠지 하며 놓는 순간 어느새 줄이 훅 끌려가는 걸 보며 얼빠져버리는 건 체육대회로 끝나야 하니까. @ Stephansdom, Notre dame de paris 더보기
기차를 타고 기차 타고 남도로 여행 가고 싶다. '내일로'를 누릴 수 있는 연배를 살짝 벗어나 아쉽지만 꼭 가고 싶습니다! 사진 속 푸르스름한 의자는, 스톡홀름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웁살라에서 다시 스톡홀름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 있는 것. 소나기를 만나고 돌아오는 동안 날이 개었다. 웁살라, 나와 만나는 것이 그렇게 눈물 짜낼 정도로 안습이었니. 스웨덴 기차는 SJ(한글로 치니 너)라는 국영 기업이 운영한다. (설마 민영화되진 않았겠지, 여사님께서 민영화가 도대체 어떤 여인이냐고 우리를 못살게 구느냐며 잡아오라고 하시더라) 스톡홀름웁살라, 스톡홀름->코펜하겐 이렇게 두 경로에서 기차를 탔을 뿐이지만, 중앙역에서 기계로 예약하고 기차를 타고 내리는 그 과정이 수월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웬만한 유럽 국가들.. 더보기
V for U 생제르망으로 가던 길이었나.주차권 발매기 옆에 누군가 그려놓은(스프레이로 스텐실 기법으로 찍은 듯) V를 만났다.사실 이 때 그 V인지 몰랐다.그냥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낭만 자객인 줄로만 알았지. 얼마 뒤 V for Vendetta라는 영화를 소개받고 봤다.너무도 닮은 그 상황이스크린 속과 스크린 밖이 뒤섞여 쓰디썼다.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은 올라갔지만지금 우리는 아직 시작도 못 한 것 같다.그 까닭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거나. 서울로 돌아왔을 때거리에서 V의 가면을 쓴 이들을 만날 때마다 죽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파리에서 만난 V는 책상 앞에 흑백사진 한 장으로 붙어있다.그리고 내 가슴 속에도. @Paris, 2008 더보기
웃는 가로등 불을 끄고 쉬는 낮에도 웃어줄게 미녀와 야수 만화영화에 나오는 후덕한 차주전자, 촛대 이런 애들이 생각난다. @ Pont des arts, Paris, 2008 더보기
chat blanche 쥐를 잡자 @Paris, 2008 더보기
Second class @London, 2008 더보기
버스 정류장, 할아버지 2008. 여름. 파리2008. 봄. 런던버스 정류장, 할아버지 멋쟁이 할아버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누굴 만나러 가는지 아니면 그냥 혼자서 어딜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멋쟁이구나...하는 느낌이 든다.술에 전 채로 불콰해진 얼굴로 처자들을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아기 가진 엄마에게 자리 양보 안 하느냐고 윽박지르는 할아버지들보다, 책을 보거나 아이에게 따뜻한 눈인사 건네는 할아버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사는 것이 팍팍해서 다들 여유가 없겠지만. @London, Paris, 2008 더보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며칠 뒤에 떠나왔지만 일단 파리에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해질녘, 이라고 하지만 9시도 넘은 때였다. 완전히 저문 해와 안녕하고 불을 밝히는 에펠탑을 보려면 10시는 되어야 하는 그 여름, 벌써 1년이 넘었다. 가는 기차 밖으로 너른 들에서 오물조물 풀을 뜯는 소들을 보며, 더보기
잘리다 나는 수 백년 전 이 곳에 쳐들어 온 버마군이 내 목을 잘라, 얼굴을 잃은 지 오래다. 수 백년이 지나고 그런 나에 대해 조금은 알까 싶은 사람들이 와서 나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돌아간다. 지금 나는 얼굴이 없어 그 사람들을 볼 수 없고, 그 사람들도 목이 잘려나가고 몸이 동강나던 그 때 나를 묶어 둔 공포와 피비린내를 볼 수 없다. 그런데 너는 어디서 다리를 다치고 와서 예 있는지. 달리는 자동차를 피하지못해 다리를 다쳤는지, 어떻게하다 내 몸에 깊이 패인 자국과같은 것이 네 다리에 남아있는지 몰라도, 지금 나는 눈이 없어 볼 수 없고 귀가 없어 들을 수 없지만, 바람과 비에 조금 뭉그러진 돌 틈 사이 가슴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 2004, 아유타야 더보기
좋아하는 것들의 모임 6월 나무오후 햇살이 길게 이끄는 그림자센강헌 책 냄새 좋아하는 것들의 모임 @Paris, 200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