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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Korean Palace

눈이 다녀간 다음 날, 창덕궁 (2)









후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용!지!


후원 바깥보다는 기온이 낮아 눈이 덜 녹았다.















부용정 아래도 살짝 얼었다 녹은 모양.

꽝꽝 얼 정도는 아니라 눈은 아쉽고 손은 춥고.









부용정에서 바라 본 부용지.

가을에는 붉게 물든 못물에 바투 대고 있었는데.

소나무야 늘 푸른 나무니 같고. 못물만 빨갛게 되었다 하얗게 되었다 요란하지.










주합루 쪽에서 본 부용정.










눈모자.








돌잉어도 등에 눈을 한짐 지었구나.


氷漁之交 니라.









어수문 옆을 두른 대나무가 노랗게 마른채 그냥 붙어있는 바람에 가을같기도 하고 오묘했다.


이국적인 것도 아니고 이계적인 느낌?




















어수문.









물고기인 신하들은 양옆 조그만 문으로 지나다녀야 했는데,

키는 그렇다쳐도 양옆으로도 덩치가 크지 않아야 지나갈 수 있었을 것 같다.

각신의 자격으로 덩치도 봤을까.









숙종이 가장 좋아했다던 애련지.

그러나 이날은 애설지.



천하에 나만 왕이다, 정말 무서운 사람인데 연꽃 좋아하고 고양이 좋아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어색하다.


동물 학대하는 사람치고 좋은 사람 없다는 건 말이 되는데,

동물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말은 틀렸다.











찬 계절을 이겨내려면 털옷을 입고 버텨야지.










여기도 미세한 고드름이 열렸다.























































살얼음이 보스스 낀 관람지.

다른 때는 관람지 옆 계단으로 내려가 사진을 찍었는데 이날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존덕정과 작은 연못.












추워서 손을 녹이며 안내판을 보다보니,

여기 안내판에 정조가 '나는 온 세상을 비추는 밝은 달이니라.'했던 해가 집권 말기인 1789년이라 되어있었다.

종이 안내서에는 1798년이라 제대로 나와있는데, 1789와 1798은 참 헷갈리기 쉬우니...












사진 찍다 일행과 해설사 선생님 놓칠까봐 허겁지겁 뛰어가며 막 찍은 존덕정.

후원에서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ㅠㅠ














옥류천에 점점 가까워지는데.










정조가 소요정을 일러


‘옥을 씻은 듯한 청류(淸流) 굽이굽이 긴데 난간에 가까운 산빛 신량(新凉)을 알았네 호량(濠梁)에는 전부터 관어(장자의 고사)의 즐거움 있나니 난정(蘭亭; 王義之가 유상곡수연을 하던 정자)의 술잔에 대신 할만 하도다.'


했다는데 시 전체인가? 시 전체를 보고싶다.









깊은 산속에 있는 작은 살림집같은 농산정.






















여기다 술잔을 띄워 자기 앞에 올때까지 시를 짓는 놀이를 했다던가.

벌주는 무섭습니다.










태극정과 하얀 지붕으로 깔맞춤한 청의정.










후원을 다시 되짚어 나가는 길.


나가면서 발길을 재촉하는데 어떤 모녀가 '사진 찍어줄까요.'하시길래 '아뇨, 저는 풍경에 제 모습 나오는 거 싫어서요. 괜찮습니다.' 했다.

그러고보니 두분 손에 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길래 '두분 같이 사진 좀 찍으셨어요. 아니면 제가 찍어드릴까요.'했더니 무척 좋아하시더라. ㅎㅎ 안그래도 못찍었다고.

그 어머니가 연세가 꽤 있었는데 딸 어릴 적 창덕궁 데리고 온 다음 처음 와보는 것이라고 했다. 딸도 어릴 적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창덕궁에, 그것도 눈이 와 더 예쁜 날 와서 기뻐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아서 국가대표급 경보 선수처럼 걸어 나가는 중간중간 애련지, 부용지에서 사진을 요리조리 막막 찍어 드렸다. '사진밖에는 남는 거 없어요.'하고.


여행 가면 나는 사진 찍느라 내 사진 찍을 틈이 없기도 하고, 우리 여사님은 당최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셔서('찍지마! 초상권 내놔!' 초상권을 강조하시기에...) 도촬하지 않으면 인물 사진이 없다.  카메라 혼자 여행 다녀온 것마냥 사람 사진이 없ㅋ엉ㅋ

한풀이라도 하듯 열심히 찍어드렸다.



어머니께서 대추차를 주셨는데 아주 달큰하고 걸쭉해서 직접 만드신 거냐 여쭤봤더니 그렇다고.

눈 덮인 부용지에서 마신 그 따뜻한 대추차,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후원 들어오는 입구로 다시 나가면서 딸과 이야기했는데, 엄마가 사진에 음악도 넣고 글씨도 넣어서 영상도 만드는 취미가 있다고 했다. 능력자 어머니! 나름 열심히 찍어드리기는 했는데 더 예쁘게 찍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후원을 나와 어머니께서 우리 둘이 걷는 모습을 뒤에서 몰래 찍었다며 '이거 봐요, 오늘 우리 사진사.'하며 보여주셨는데,






ㅇㅏ.....................................

이게 웬 장정의 뒤태인가요.





그리하여 나는 후원에 사는 덩치 좋은 산짐승 비주얼로 그 모녀의 사진 속에 남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