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언니 결혼식 본식 스냅 앨범을 편집하고 있는데, 스튜디오 스냅까지 함께 넣다가 구경하고 있다.
왜 방청소하다 일기장 나오면, 걸레 내려놓고 일기장 보듯이 말입니다.
제가 손 참 좋아하는데요.
지켜보는 모습을 또 지켜보고.
손 찍고 있는데, '족발 찍니?'라며 흥을 깼던 언니. ^^
부케 따로 맞추지 않고 그냥 기본 부케로 했다던데 예뻤다.
본식 전 본당 내 촬영.
기사님들이 배려해주신 덕에 구석에서 찍을 수 있었다.
그러다 내가 메인 기사님 사진에 걸리게 나왔는지, '직원 3, 나오세요!' 하시고. ㅋㅋ
아침부터 나와 고생했던 조카. 한참 울다가 힘들었는지 쉬는 중. +_+
신부 대기실에서 짐 내려놓고 슬슬 찍으려고 하니, 기사님이 아직 한가할 때 기념사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얼른 카메라를 넘기고 언니 곁에 앉았다. 그런데 내 카메라를 만지작대던 기사님 표정이 어째 난감해 보였다.
'이거 수동렌즈인가요?'
'네......'
행사 사진 찍으러 가면서 수동렌즈를 들고가는 패기.
가난한 유저라 렌즈도 몇 개 없지만, 그 가운데 쩜사가 가장 좋은 사진을 내어준다.
당황한 기사님이 초점을 놓쳤지만, 그래도 흐릿하니 예쁘게 나왔다.
언니와 언니 부모님을 주로 찍었다.
메인 기사님들이 든든해서 마음놓고 언니와 언니 부모님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형부 사진이 정말 별로 없다.
스튜디오 촬영 때도 막상 사진과 앨범 받아보니, 본인 사진은 별로 없더라며 약간 씁쓸해하는 것 같았는데, '아, 그래요?' 대답해놓고 내가 또......
미안해요, 형부.
연습하느라 잡았다 놓은 손
표정이 경직되어있다가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
언니도 신부 입장할 때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나중에도 언니가 울 만한 시점에 영락없이 울먹였지만, 언니 친구들이 '아냐, 저 정도면 선방했어.'라며 흡족해했다. ㅋㅋ
나는 보통 가까운 사람 결혼식 가면 괜히 울곤 하는데, 이날은 울지 않았다. 나도 선방했다.
메인 기사가 아니라 앞에서 얼쩡거리면 신부님이 싫어하실 수도 있다고 하셔서, 2층으로 올라갔다.
성당 결혼식은 웨딩홀처럼 부부를 찍어내는 공장 느낌이 없다.
예식 시간이 길지만, 차분하게 축하해주고 진심어린 축복을 받는 것 같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 고즈넉한 공기가 그립다.
앨범은 이런 느낌으로
중간에 오류나서 망연자실했지만, 빠르게 수습했다.
앨범 인화 잘 되어 와라. +_+
서울,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