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마지막으로 인간같은 말을 해본 적이 언제냐?
하긴 법조인의 양심 이런 건 사법연수원 졸업식장에 두고 나왔겠지.
그래서? 우리 최정우 검사님은 뭘 하셨나?
진실? 정의? 주옥같은 말씀들이지. 그래서 뭐 하나라도 한 게 있냐고. 니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한 게 있냐고. 없지? 아오 없을 거야 없어.
난 하나도 안 떠들고 노력 안 하고 하나도 못하고.
어라? 결과가 똑같네. 우리 둘 다 하나도 못했어. 미치겠다.
근데 날 왜 잡놈 보듯이 하실까? 우리 고고하신 최정우 검사님아!
그러네.
그러니까 다시 시작해야지. 너같은 놈하고 똑같아지기 싫으니까.
야
어이, 우리 인생 오늘로 끝나는 거 아니다. 10년 뒤도 있고 20년 뒤도 있어.
그 때도 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거고 넌 그 때도 위에서 검사받고 일하겠지.
멋있네 최정우
안다, 너같은 놈.
내가 이기는 게 싫겠지. 내가 져야 니 드러운 선택이 옳았다는 증거가 될테니까.
어이 넌 그렇게 살아라, 난 이렇게 살란다.
추적자 13회 가운데
-
'나는 애초에 깨끗하고 정의롭고 뭐 그런 노선으로 살지 않았기때문에 상관없다, 의무도 책임질 일도 없이 가뿐하지.'
'너 하나 애쓴다고 뭐가 달라져?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해.'
열패감에 휩싸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들어봤는데 자꾸 손에서 미끄러졌다.
음, 그런데 이 때 최정우 검사의 말에,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한 손 가득 잡혔다.
'Underli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포도 사탕 (0) | 2012.09.13 |
---|---|
굶주리는 세계 (0) | 2012.08.04 |
두 개의 문 (0) | 2012.07.14 |
홍세화.이유진이 말하는 한국사회의 불안과 지속가능한 삶-을 읽고 (0) | 2012.06.26 |
그 검은 거울에 뭐가 비쳐? Black Mirror (0) | 2011.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