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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은 거울에 뭐가 비쳐? Black Mirror


그 검은 거울에 뭐가 비쳐? Black Mirror



선팅된 유리에는 무엇이 비칠까. 거울 너머에는 누가 있을까.
그 거울이 선팅이 되었는지, 너머에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모른다면, 혹은 알아도 벗어날 수 없는 검은 거울로 만들어진 방이라면?



영국 Channel 4에서 이미 방영한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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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거울이 깨지며 시작.


한밤중에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총리.
공주가 납치되었다는데 총리말고는 해결할 사람이 없단다.
이유인즉슨,


납치된 공주가 풀려나기 위한 지침서를 읽는다.
총리가 **와 **를 하는 장면을 온 방송에 내보내라는 것.
합성이나 조작을 하지 못하게 상세한 촬영과 방송 지침도 보내왔다.


혼돈에 빠진 총리와 내각.
'돈이라면 보상하마, 어마어마하게 보상하마'할 수도 있는데(뭐 특공대를 투입해 체포하여 돈을 아끼겠지만) 이건 대체 무슨 황당한 석방 조건인지.

보도지침을 통해 언론사들은 내보낼지를 두고 다투지만, 영국 이외의 방송사(CNN, 알자지라, NHK 등)는 이미 속보로 내보내고 있다. 이 때 9.11 테러 소식 대신 샌드위치 요리법이나 내보내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석방 조건에 나온 그 행위를 그대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납치범은 IP를 감추고 유튜브에 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그 속보를 지켜보고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어린아이까지 그 소식을 접한다.


공포에 울부짖는 공주와, 석방 조건으로 내건 그 행위를 방송에 내보낸다면 볼 것인지 길거리 인터뷰를 딴 장면이 나란히 놓인 뉴스 화면.


펍에 모여 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






거리엔 아무도 없다.
정말 아무도 없다.



뒷 이야기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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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도 다 보여요, 검은 거울 앞에서는.

갤럭시S에 탑재된 어플 '거울'이 이름 그대로 거울 기능을 빌어 그 뒤로 각종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면, 이 '검은 거울'은 미디어의 폭력, 아니 사실은 사람들의 폭력을 드러낸다. 우리가 어제 오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쏟은 건 아니다. 돌에다 새겨 전했을테고, 춘화로 남겨 전했을테고, 동네 목욕탕과 미용실에서 수다로 전해졌을테다. 좋은 이야기보다 나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더욱 빨리 퍼지는 것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TV, 인터넷, 그리고 SNS를 타고 퍼지는 이야기는 그 속도와 왜곡이 빠르고 격하다.

언론 통제로 보도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고 사람들이 움직이고 통제된 언론을 믿지 않는다. 미성년자 아이돌의 섹시댄스나 여배우의 가슴 노출은 제재없이 내보내면서 진실을 말하는 뉴스는 묻어버리기 바쁘다. 부랴부랴 미디어를 규제하는 전담팀을 만드네 마네, SNS를 검열하네 마네 상당히 뒤떨어진 구닥다리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눈을 뜬 사람들을 막기에는 우리는 이미 배를 타고 멀리 떠났다. 요즘처럼 TV 뉴스를 보지 않는 때에 새로운 매체의 이런 기능이 고맙다.

확산이 빠른 미디어가 사람들의 추악한 호기심과 엿보기를 안고 달리는 이 시대에 규제 조치 한계는 이제 빗장이 풀렸다. 언론에서 돈과 권력으로 통제당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예외가 늘어난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행위를 강요받은 영국 총리를 보며, 침략 전쟁에 가담하고 불합리한 행위를 눈감는 지도자가 이런 기습적인 폭력을 당할 수 있다 생각하니 조금은 통쾌하기도 했다. 돈과 권력의 정점에 놓인 사람도, 언론을 좌지우지하던 사람도 이런 미디어와 그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대거 가담한 폭력 앞에 속수무책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소재를 버무려 던지면, 물고 뜯는 사이에 핵심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껍데기만 요란한 치장을 하고 굴러다닌다. 정치권 비리를 덮기 위해 쟁여뒀던 연예인 마약 사건, *양 음란 동영상이 속보로 등장한다. *양 음란 동영상은 각종 공유 사이트에, 회사나 학교 동료 메신저를 통해 '너 이거 봤어?' 친절한 나눔을 받는다. 그걸 던지고 물고 뜯고 잊어버리는 사람은 바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거울 너머에서 비열하게 웃는 나.

TV,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 댓글을 달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해도 폭력에 힘을 실어주는 공범이 될 수 있음을, 이런 폭력이야말로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해야 할 부분이다. Black Mirror는 거울 너머에 비열하게 웃는 내가 있는 검은 거울로 만든 방을 깨고 나와야 한다 말하는 게 아닐까. 어둡지만 빠지기 쉬운 크고 검은 거울을 어떻게 깰 것인가.




이건 11일에 방영될 2편 예고 티저.

http://www.channel4.com/programmes/black-mir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