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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line

카쉬(KARSH),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마음, 내면, 영혼에 담긴 위대함을 찍는 것이다"

인물, 손, 풍경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누어 전시했다.

첫 작품은 조지 버나드 쇼.
묘비에 '우물쭈물대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 적혀 있다던데 사진 속 노년의 조지 버나드 쇼는 당장 묘비에 적힌 그 말을 할 것만 같았다.
사진전 보러가기 전 우연히 보았던 첼로를 켜는 파블로 카잘스의 뒷모습을 조심스레 찾았다. 쓸쓸하고 슬퍼보여도 초겨울, 머금은 물기가 다 빠져나가 사그락 굴러다니는 낙엽이 아니었다.
얼굴과 이름을 몰라도 소설 쓰는 사람일 것 같다싶으면 정치하는 사람일 것 같다싶으면 역시 그랬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 사람의 감정, 걸어온 길을 사각 틀 안에 담는 일, 쉽지 않지만 가슴 뛰는 일이다.

10년, 20년 상관에 새로 사진을
인상 깊은 사진을 꼽자면,
파블로 카잘스
후안 미로
월트 디즈니
만 레이와 다른 사진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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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진 찍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사진 찍을 사람과 마주 서는 것이 어색해서 꺼렸다.
친한 사람들의 좋은 표정을 담고싶은 욕심은 늘 있지만 그 순간을 놓치곤 한다.
그래서 찍은 사진 거의 대부분은 풍경 사진이다. 풍경 속에 있는 사람들을 찍는 일은 스스로 부끄러워 찍기 힘들다. 그들에게 렌즈를 향하고 셔터를 누르는 일이 그 시간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어서.
일때문에 모델 컷을 찍어야했는데 그 날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짧게 부탁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건조하고 붕 뜬 기분이 참 불편했다. 촬영을 마치고 사진을 고르고 편집하는데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모습이 어째 자연스럽지도 않고 그만큼 편하게 해주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카쉬는 사진을 찍기 전 그 사람이 소설가라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어두고, 그 사람이 배우라면 출연작을 챙겨보고, 헤밍웨이의 술 취향을 파악해둘 정도로 사전 조사를 꼼꼼히 했다 한다. 배경 지식도 든든하지만 촬영을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배경 지식만으로는 할 수 없다. 어떻게 무슨 이야기를 했고 촬영하는 카쉬는 어떤 표정이었을지 가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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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경제지를 반값에 구독해 보는 가운데 유능하다는 기업인들의 인터뷰 기사와 사진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가식을 느꼈다. 추진력 있고 멋진 모습을 하고 나약한 이들에게 충고를 하는 기업인들이, 노동자에게는 참 별로인 경우가 많으니 생긴 편견이다. 사진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참된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니 번드르르한 인물 사진은 그저 가식이고 설정, 두 낱말만 남긴다. 사진을 찍은 다음, 찍힌 대상과 관계가 바뀌었을 때, 바뀌기 전 시간과 사람도 의심하고 결국 사진 자체도 의심한다. 헤어진 대상이 웃는 모습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변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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