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日記

즐거운 日記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 바로 어제 코레일 직원 807명이 직위해제 되어 일자리를 잃은 직원이 7000명이 넘어섰지만,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 국정원에서 121만 건의 트위터 글을 써서 선거개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어제 내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제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을 뒤적이다가, 친구가 공유한 어떤 선배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의 번쩍이는 화면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너 지금 안녕하냐고, 정말 별 탈이 없느냐고.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다음 주가 시험기간이지만, 그래서 어서 잠들어야 했지만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습니다.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나는 안녕했던 사람입니다. 내가 입학하던 해 용산에서 여섯 명이 불에 타서 죽었습니다. 교수님은 선배들은 그리고 친구들은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 이렇게 사는가보다 생각했습니다. 나도 안녕했습니다. 그 해 5월에 전직 대통령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나는 그 날 괜히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안녕했습니다. 내가 훈련소에 있을 때 제주도의 강정마을이라는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섰습니다. 울면서 끌려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불쌍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안녕했습니다. 진보적이라는 시사주간지를 구독하고, 선거에서 야당을 찍고, 친구들과 낄낄대면서 대통령이 멍청하다고 욕하면서 나는 그래도 ‘개념 대학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세상에 나가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그렇게 사는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지금까지 나에게 아무도 ‘너는 안녕하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는 내가 진짜 안녕한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안녕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시험을 치고, 영어를 공부해도 내가 사는 세상은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곧 내가 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지금 분명 안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안녕하지 않습니다. 술은 왜 먹을수록 무력해지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답답해져만 갔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안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녕한 척 해왔기 때문입니다. 부끄럽지만 나는 조그만 용기를 내어 고백하려 합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



2013.12.12. 우리학교 09 강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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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https://www.facebook.com/cantbeo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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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대자보를 붙인 학생에게 정보과 형사가 찾아왔다는 기사에 아연실색하다가,

기말고사 기간, 하반기 채용이 끝나가는 마당에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이 쓴 대자보를 읽다가 눈물이 그칠 줄 모른다.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이 아니라 발걸음인 것을.

나는 힘이 없어 바꿀 수 없다 주저앉았으며,

모금을 하면 아주 적은 액수라도 쪼개 내고, 최소한 나는 찾아보고 분노는 한다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고 있다고 토닥였지만 참 안녕하지 못하다.

용산의 화마에 내 마음에 화상을 입고 오는 길에도, FTA 비준안이 통과되던 날 물대포를 맞은 날도 추웠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없어서 더 추웠다.

내 처지도, 그래도 난 뭘 한다고 합리화하는 내 마음도.

누군가는 내가 카톡 알림말에 불의에 분노하거나 내가 존경하는 사람의 사진을 걸어 놓았다고 '너무 센 거 아니냐', '어른들은 싫어한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국회로 가지 그러느냐'는 비아냥을 듣기 싫어 쓸데 없는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다.

뭐 하나 달라지지도 않는 지리멸렬한 철벽 앞에 봄부터 다시 겨울까지 촛불을 들고 물대포를 맞는 내가 미련하면서도 그래도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바둥거린다.

늘 찌푸리고 늘 울고 늘 쉰 목소리로 외치고 살 수는 없지만, 안녕하지 못하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조차 용기를 내야 하는 이 세상이 과연 살만한가.

저 다음은 나라는 위기감도 크지만, 난 그저 열심히 바르게 살아가려는 사람이라면 행복했으면 좋겠다.

왜 안녕한 척, 희망이 넘치는 척, 열정이 넘치는 척 꾸며야 할까.

안녕하지 못하다면 안녕하지 못하다 외치고, 안녕할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