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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정동, 마지막 심야영화


시네마정동이 10월 24일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보고 멍-해 있다 부랴부랴 심야영화 표를 예매했다.
작년 12월 30일에 베이글을 싸들고 심야영화를 보러갔고 올해도 별 일 없으면 그러려고 했다.

예매하며 영화 선택창에 10월 24일 이후로 날짜가 활성화되지 않는데도 계속 다른 날짜를 눌러봤다.








학교 다닐 때는 정동 스타식스라는 이름으로 대학내일 뒷쪽에 심야영화 할인쿠폰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걸 떼어서 심야영화를 보러가곤 했다. 모꼬지 가려다 어찌어찌 무산되었던 날도 우리는 심야영화를 보러갔다.
세 편 모두 맨 정신으로 보는 데 늘 실패했지만 1.5편은 봤다.
마지막 심야영화도 1.5편 보는 데 성공했다.



죄다 커플...



살짝 열린 영사실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나올 때도 영사실에 서 있던 분을 보니 마음이 헛헛했다.



예고편 나오고 본 영화 시작.
사실 세 영화 모두 내가 보고싶어했던 영화는 아니지만 마지막 심야영화라는 데 의미를 두고 봤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레터스투줄리엣은 2/3정도 보고 급속잠행(...)에 빠졌다 깨어나보니 화면에 덕화 오빠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시네마정동의 마지막 심야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밤새 영화 세 편을 때리고 아침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꽤 몽롱하기도 하고 산뜻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기분도 마지막이지.

중앙시네마, 시네큐브, 그리고 시네마정동 차례차례 문을 닫는 것을 보니 서투르지만 고이고이 적어놓은 일기장을 빼앗기는 것 같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신 되도록 작은 영화관을 찾았는데, 조금 더 많이 찾아갈 걸, 후회가 든다. 조금 더 많이 찾아갔으면 닫지 않았을텐데, 하고.

안국동, 삼청동, 가회동이 너무 많이 변해서 10여년 전의 모습을 아주 희미하게 더듬으며 안타까워하기에 이번엔 하나하나 셔터를 눌러 담았다. 이렇게라도 담아놓지 않으면 그 희미해져가는 모습이 너무 쓸쓸할 것 같아서.

공룡들은 그렇게 작은 것들을 쿵쾅쿵쾅 밟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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