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전교 가운데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등 뒤로 '여기 오리 있는데 봐봐요.' 하시는 어떤 아저씨 목소리가 넘어왔다.
망 아래로 뚫린 곳을 보니 오리떼가 보였다.
'며칠 전 저 건너편에서 새끼들이 부화했는데, 오늘은 여기 와서 어미랑 놀고 있어요.'
'정말 조그맣죠? 내가 세어봤는데 열한 마리인데... 어? 몇 마리가 어디 갔지?'
당황한 아저씨의 말끝에 덩달아 나도 불안한 눈으로 물살을 훑었다.
'나머지는 벽 쪽에 붙었네요. 물살이 세니까 엄마 뒤에 있으면 그래도 물살이 약해지니까.'
물 아래 작은 돌을 닮아 돌인지 오리인지 가려내기도 어려운 갓난쟁이들.
빠른 물살에 맥없이 뒤로 밀렸다가도 아등바등 어미 뒤로 따라붙는 새끼 오리들을 보고 있자니, 말을 너무나 잘 들었던 그 아이들이, 어떻게든 제자들을 지켜냈던 선생님들이 스치운다.
서울 청계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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