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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4 문재인 북콘서트 '1219 끝이 시작이다'

2013.12.14 문재인 북콘서트 '1219 끝이 시작이다'



사실 가기 전에 정말 갈등했다.

당첨운 블랙홀인 내가 북콘서트 응모한 두 곳에 모두 당첨되는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 평소 같으면 시청 광장이나 청계 광장에 있을 시간. 

게다가 철도 사유화 반대에 작은 힘 보태러 나가야했는데 이런 날 빠지다니... 따뜻한 곳에서 웃고 즐기는 게 마음이 영 불편할 것 같았다.


뭐 결국 갔지만, 19일에는 다시 촛불 시민의 찍덕으로 컴백홈할게요!




당첨은 되었으나 선착순 배부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얼마나 일찍 가야할 지 가늠을 못하겠지만 최대한 서둘러 갔다. 오디토리움은 삼성역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는 걸어가야 했다.

오디토리움에 가보니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10등 안에 들어서 뿌듯해하며 표를 받고, 좌석배치도를 확인했는데...




앞은 앞이되 사이드 오브 사이드.

최변방이었다.









다 나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네여... ㅠㅠ


이러면 일찍 온 의미가 없쟈나...

일찍 온 덕후는 몹시 슬펐다고 한다.









손 씻고 나와보니 김경수님♥







안개꽃을 든 정숙씨


천성이 밝은 아내는 저보다 잘 견딜 것 같았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겉으론 아무 일 없는 듯 밝았지만, 속으론 저보다 더 힘들었는지 사람들 만나는 걸 피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눠 보면, 그 사람이 저를 지지했던 사람인지 아닌지 분간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의 섬세함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에 인간적인 관계나 평소 이명박 정부에 대해 보였던 비판적인 면모 때문에 막연히 제 편일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한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북콘 가는 지하철에서 책 읽다가 이 부분에서 눈물이 나서 덮었다.







일부러 민주당 의원이나 여러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음에도 몇몇 의원들은 참석했다.










뒷모습을 보니 든든하고 고마우면서도 또 나서달라 등 떠미는 것 같아 죄송했다.


그를 유일한 비상구라고 못박아놓고 몰아가는 것 같아서...




















표창원님도 새 책을 내고 북콘서트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문재인 의원은 본인 북콘서트인데도 자꾸 남들 책 낸 거 홍보하고, 많이 사달라고 하며 사회를 보려고 했다. ㅋㅋ







머리 한 가닥 삐죽 올라온 게 그렇게 귀여워 보여서(어른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구석에 처박혀도 이런 각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도 좋구나.


역시 찍사는 기계를 탓하지 말고, 자리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








진선미 의원이 말하는 걸 듣는 모습.






작년 딱 이때 이렇게 웃었는데.


표창원님은 학교를 나오고 안도현님은 고소미를 드시고 절필 선언하셨지만 학교로 가셨다. 시만 안 쓸뿐, 동화가 있쟈나... ㅋㅋ

나중에 박범신 작가도 나와서 엄청난 입담을 보여주셨지만, 안도현 시인은 이날도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날리는 촌철살인 장난 없었다.


누구누구는 그라믄 안돼~ 니들 마음에 안 든다고 문인들을 쳐건드려서는 안돼~

(feat. 바람 햄들)







진선미 의원은 문의원 책을 대기실에서 벼락치기했다고 문의원이 폭로하는 바람에 다들 웃고. ㅋㅋ







아빠 미소쟈나...


표창원님이 문의원과 자신이 닮은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닮고 싶고, 닮은 점을 조금이라도 찾고 싶은 그런 사람.





문의원이 자주 짓는 표정도 닮았다.






이은미씨 공연.


괜찮아 울지 말아요

우리 잘못이 아니예요


녹턴 가사 때문에 노래 듣다가 또 울컥했다.

작년 겨울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펑펑 울기만 했던 그 일주일이 떠올랐다.











인간적으로 '너를 위해'는 임재범과 이은미만 부르게 합시다.

'고해'는 임재범만요.






손키스 -3-











밴드 이름 까먹어서 죄송해요.

All you need is love을 열창. 






때가 때인지라 캐롤을 많이 불렀다.

남의 생일에 왜 때문에 우리가 유난을 떠는가 심통나지만, 그래도 캐롤은 좋다.













다시 차승재 대표.








풍기문란한(...) 은교의 작가라고 스스로 소개한 박범신 작가가 나왔다.


문의원이 머리도 하얘서 동갑이거나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일곱 살 어리더라고.

처음 만났을 때 지금까지 만난 정치인 가운데 가장 말이 없어서 오히려 작가가 말을 많이 하고 헤어진 건 유일했다고,

그리고 문의원이 박범신 작가님은 유명 작가인데 아웃사이더 느낌이 난다고 말해서 놀랐다고 하더라.

그 아웃사이더라는 게 나쁜 뜻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본다는 뜻에서 그랬던 것 같은데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확히는...







차승재 대표와 박범신 작가가 문의원에게 사법고시 재수하지 않았느냐, 대학입시는요, 아 대학입시도 재수하셨다고, 이제 보니 문의원은 재수 전문가시네, 하며 재수하는 쪽으로 몰아갔다. ㅋㅋ


좋쟈나... 센스 짱이시쟈나...♥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른대요.





헐.

당황하기 시작한 문의원.



十德만이 잡아낼 수 있는 컷이라 뿌듯하쟈나...








노래 부르는 거 현기증나니까 진의원이 마이크 가져가시긔.







객석으로 가고 싶다고 하시나. ㅋㅋ

마이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갔다가








결국 그는 노래를 부르게 되오...


립싱크 탈출(...)을 위해 노래교실 교습 받는 중인 문재인(60,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옆에서 노래 같이 부른 아가와 눈인사.















설마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사인회를 하겠어, 했는데 실제로 하고 말았습니다.








마음으로 이해하는 아이컨택 아닙니까.







뒤를 돌아보니 김경수님이 또.


나의 훈남레이더란...











어떤 분이 머플러를 둘러주고 가셨다.


작년에도 문 후보만 보면 다들 뭘 그렇게 둘러주고 입혀주고 씌워주고 안겨주질 못해서 난리도 아니어서 프레지던트 메이커 돋네ㅋㅋ 했는데.

그 중에 몇 개 생각나는 건







노란 패딩.


소매 손등 덮는 거 十德 터지쟈나...








하얀 귀마개 미친듯이 귀엽쟈나... 눈사람 같쟈나...ㅠㅠ







목도리.ㅋㅋ









가생이에 처박혀서 몇 시간 동안 망원렌즈 들고 있는 바람에 손목 나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했어요.


사인받을 때,

'달님, 그동안 저 사진 내공 기르고 있을 테니, 다음에 대통령 되시고 저는 청와대 사진사할게요.' 응원 드립을 준비했는데,

막상 앞에 가니 깊은 눈빛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간 먼발치에서 사진 찍기만 했지 정작 가까이서 뵙는 건 처음이라 언어구사를 못하는, 덕후의 슬픈 운명이랄까.


참, 영화 <변호인> 봤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고 보시면 분명히 감동하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것도 실패. ㅠㅠ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라고 알고 있으며, 영화 기대 많이 하고 있다고 하셨다.

부림사건은 1981년에 일어났고, 문재인 변호사는 1982년 부산에 내려왔기에 이 사건을 직접 맡지는 않았지만 당신도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누구를 모티브로 삼고 누구를 연상케하건, '사람이 먼저인 사람 사는 세상'을 생각해보고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누구나 마음 속에 그런 생각 조금씩은 있잖아요, 적어도 사람이라면.


'요 앞표지에 사인해줄까요?'하시는데 '아뇨! 아닌데요! 안쪽에 해주세요!'하며 고나리나 하는 바람에 놀란 네임펜의 흔적이 앞표지에 남아있다. ㅋㅋ ㅠㅠ


손 아프실까 꽉 잡지도 못했지만, 손이 참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수족냉증 잉간이라 누군가와 손잡거나 악수할 때마다 너무 미안한데, 실내에 오래 있어서 내 손도 차갑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ㅋㅋ







청와대 사진사 했다가는 만날 이런 사진만 찍는다고 쫓겨날지도 모른다.


<효자동 사진사>인가.








이런 사진 역시.

제가 손을 참 좋아하는데요.










아마 북콘서트 현장 영상이 뜰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어떤 분이 문의원 응원 메시지 보내면서

문의원이 우리에게 빚진 게 많다고 했는데 그 빚 우리가 나눠들자고, 그 빚이 빛으로 발할 수 있게 노력하고 힘내자고 하시는 말씀.

그걸 듣고 눈물이 났다.


대통령 한 사람에 모든 희망과 가능성을 건다는 건 정말 허황된 일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에서 위험한 일이다.


문재인의 국민으로 살고 싶었고, 아직도 그러한 나는 앞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영리해지며, 또 한편으로 팍팍할 때는 말랑말랑해져야겠다고 다짐하며 일어서려 다시 기지개를 켠 지난 1년을 보내왔다. 개인적으로 나를 괴롭혀 온, 나중에는 스스로를 들볶았던 멘붕도 꽤 아물었다.


나는 지금보다 괜찮은 사람이, 정의로운 시민이 되고 싶다.

어느 당 당원이고, 누구를 지지한다는 성향 하나만으로 온통 정의로운 척 하며 안주하는 사람이 되기 싫다.

그리하여 이런 '시민의 문재인'이 되도록.


솔직히 4년 더 기다리기는 너무 빡세고, 그 전에 어떻게 좀 하고 싶네.

우리 모두 안녕들 하자구요.



서울,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