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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line

1985년 남영동에서는



남영동1985 (2012)

Namyeong-dong1985 
9.2
감독
정지영
출연
박원상, 이경영, 명계남, 김의성, 서동수
정보
드라마 | 한국 | 106 분 | 2012-11-22
글쓴이 평점  



예매율이 높아야 상영관이 늘어난다기에 예매를 할까하다 바로 가서 봤다.

내 가슴도 함께 짓눌려지고 내 코에 거즈가 뒤덮이고 내 목구멍에 고춧가루물이 쏟아지는 듯한 불편함에도 눈을 바로 뜨고 봐야하니까, 용기라고 붙일 수도 없는 아주 알량한 용기를 내 영화표를 샀다. 영화 시작 전부터 손에 쥔 손수건은 결말에 가서야 눈가를 눌렀다보는 내내 가슴을 치고 머리를 치고 온몸을 치는 그 고통에 눈물이 나올 틈이 없었기때문이다.


'비인간적인 과정을 통해 얻어낸 진술은 법적 효력이 없다, 이 일이 알려지면 큰일날 것이다'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원칙이 사라진 국가 권력의 폭력과 야만. 일과를 마치고 맥주를 마시며 즐겁게 보는 야구 경기가 있던 그 시간, 남영동에서는 그 폭력과 야만을 떨치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소한 사연과 노래가 그렇게 원망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소소한 사연과 노래를 듣는 일상을 만들기 위해 피 흘린 사람들은 손발이 묶인채 끌려와 참혹한 고문을 당하고 있으니 얼마나 모순인가. 평범과 소소함은 눈에 띄지 않으나 가장 지켜내기 힘든 가치인가, 폭력과 야만 속에서 피를 흘려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아주 귀한 가치인가 생각이 켜켜이 늘어났다.



영화보다 더 했던 현실, 수 많은 김근태를 잊는 것이 가장 잔혹한 공포이며 비극이다.

마침 김근태님이 세상을 떠난 그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 별점 테러가 장난없어서 귀찮아도 로그인해서 별점을 주고 왔다. 버러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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