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면서 1035차 수요집회였던 어제, 일본대사관 앞 모습을 담아왔다.
사진 찍어드리려고 나서기는 했는데 폭우......
아침에 신사 참배 기사 보고 어이 상실했는데 요즘 모습에 조상님들이 분해서 눈물을 흘리시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늘이 내내 울었다.
비 올 때 카메라를 어떻게 하나 검색을 해봤는데 방수팩을 쓰라고 하더라.
하지만 그런 건 나에게 있을 수 없어.
비닐 봉투 두 어장으로 감쌌지만 역부족이었다.
와중 종편에서 취재왔던데 방수 비닐로 단디 싸는 모습에 부럽고 짜증이 났다.
밖으로 나갔는데 문재인님을 정면으로 딱 마주쳤는데
'어!!!' 외마디 소리만 내지르고 인사도 못하고 사진도 못찍고 그냥 그 자리에서 얼굴만 바라봤다.
계를 탔는데 왜 받지를 못하니......
눈이 참 맑으면서 빛이 났다. 도를 아십니까st 들이댐 멘트가 아니라.
수행원 한 명만 함께 한 것 같았는데 조용히 다른 사람들에 섞여 줄을 서서 집회를 기다리셨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이던데 어른들보다 많았다. 정성 어린 손팻말을 직접 만들어 들고 왔다.
요즘 근현대사가 국사에서 분리되어 선택 과목이라 걱정했는데,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끌고왔어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느꼈겠지. 어른이 되어서도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좁게 몰아버리는 바람에 장소는 비좁고, 우산때문에 앞은 보이지 않고, 세찬 빗줄기에 앞에서 하는 이야기는 다 묻히고 그냥 서 있다 온 셈.
법적배상은커녕 빈 말로라도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한 현실의 아주 작은 조각같았지.
집회 참가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나눠 줄 떡과 식혜.
떡 상자에는 '어여쁜 그대는 내내 어여쁘소서'라는 글귀를 붙였다.
원래 이상이 금홍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있는 글귀인데, 할머니들이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이걸 다 챙겨 들고 온 분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
비가 많이 온 걸 담고 싶었지만 실패.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나비가 찢어졌다.
할머니들은 어린 나이에 찢긴 날개에 거센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평생 지내셨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비를 맞고 울고있던 소녀.
1945년 8월 15일은 나라가 빛을 되찾은 광복절이라 하지만, 고통 받으신 할머니들에게는 아직도 빛이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서대문 역사박물관을 지나는데, 피해자의 역사는 수치스럽고 후손들에게 패배감을 안긴다는 이유를 들어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건립을 하지 못했던 일이 떠올라 씁쓸했다.
마침 어제 각시탈에서 끝내 위안부로 끌려가던 순이 모습이 나오던데 실제로 이 세상에 살았다 떠난 수 많은 순이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대했는지, 많이 생각하고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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