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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mur

김근태님 빈소에서


김근태님 빈소가 가까운 곳에 있어 점심 시간에 다녀왔다.
예쁘다며 산 옷인데 이 옷으로만 빈소 가는 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입구에 취재진이 꽉 차 있어 들어가기 불편했고 문상을 해도 되나 눈치를 보다 안내하시는 분이 이끌어주셔서 가서 향과 하얀 국화 한 송이 올렸다. 환하게 웃고 계신 사진밖에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장례식장을 나서니 그제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나 죄송하고, 또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 죄송했다.
와중 스타킹에 구멍났는데 그것도 죄송했다.
김대중 대통령 조문할 때도 낡아 늘어진 양말이 벗겨져 창피했는데, 난 참으로 허접하다. 


나오는 길에 어린 학생들이 국립서울과학관 어떻게 가냐 물어보길래 검색해서 지도 보고 방향을 일러줬다. '학생들, 커서 한나라당 절대 뽑지말아요.' 오지랖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 속에 살아오셨는데, 고문을 예술이라 떠들고 다니고 목사가 된 자는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지. 피해자가 늘 피해를 받으며 살고 가해자가 떳떳한 이 세상이 너무나 이상하다. 돌아가셨단 소식을 접하고, 아침 신문을 펼치니 언어폭력 피해자가 상해사건 가해자가 된 사건 소식이 있고, '정의란 무엇인가' 책 광고가 함께 실렸다. 혼돈 그 자체다.

"운 좋게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값진 기회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하다못해 벽에 대고 욕도 하고, 고개 돌리지 않고 목소리 내고, 그 목소리가 내 일상과 정반대가 되지 않도록 다투며 살겠습니다.

어둠을 밀어내는 소중한 빛을 쉽게 잊고 산다, 그래서 또 죄송하다.
그저 죄송하단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
거꾸로 돌아 간 민주주의는 이 세상 사람들 탓이며 몫이다.

고통없는 그 곳에서 부디 극락왕생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