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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Bon voyage

Le Havre




Le Havre
봄에도 맑은 날이 드물었다. 위의 풍경은 드물게 맑은 날, 불어 선생님을 따라 도시 중심을 돌아다닐 때 볼 수 있었다.
4월에도 우박이 등에 내리꽂혔다. 돌풍을 달고 온 비가 내리니 우산이 별 소용이 없어 접고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쓰며 뛰어다녔다. 영국 선생님이 '여기는 영국보다 날씨가 나쁘다.'고 할 정도(만만찮게 나쁜 날씨 속에 사는 영국인 최후의 자존심일지는 모르겠으나).

'프랑스'하면 표정이 풍부하고 수다스러운 사람들, 프로방스, 라벤다 밭, 풍요로운 식탁 등을 상상했지만 이 곳은 날씨 안 좋은 서북부 어느 항구 도시일뿐. 마르세유 등 남부 항구로 물류 중심이 이동하여 르아브르는 예전같지 않다 했고, 사람들 얼굴에서도 우울한 느낌이 가득.
마침 환율이 폭등해 두 달 새 방값이 한국돈으로 15만원 가까이 차이났던 때라 뭘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지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근처 도빌, 몽쉘미쉘, 에트하트 등지에 놀러갔다 오기도 했는데 폭등한 환율과 덩달아 쫄아든 마음에 그러질 못했다.
 
르 아브르는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항구 도시, 2차 대전 노르망디 해전을 겪으며 도시 전체가 폭격을 맞아 사람들도 많이 다쳤고 바다 저 편이 휑하게 바로 보일 정도로 건물이 많이 무너졌다고 한다. 전후 건축가 Auguste Perre가 현대적으로 디자인을 한 현대적인 도시로 거듭나며 200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학교 옆에 물류 창고와 공장들이 가득했다.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바람이 너무 거셀 때는 학교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막아버리기때문에 한참이나 걸어 저 공장을 지나 학교로 가야했다.




인천대교 아님.


프랑스 북부의 우울한 날씨로 없던 편견을 가진 바로 그 해, 프랑스 북부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다루며 프랑스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영화가 나왔는데 이 역시 한국에 돌아온 다음 봤다.

슈티의 집에 온 것을 환영해(Bienvenue chez les Ch'tis)
http://junibaum.net/159


아, 마침 이 곳 이름이 제목인 영화가 나온 것을 발견했다.

아키 카우리스카미 감독 영화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나왔단다.


줄거리도 흥미롭다.
프랑스 서북부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 젊은 시절 자유로운 보헤미안이었던 마르셀 막스는 이제 이곳에 정착하여 구두닦이 일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 아를레티와 친절한 이웃들에 둘러싸여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마르셀. 그러던 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온 불법 난민 소년 이드리사를 숨겨주게 되고, 설상가상 아내가 병으로 쓰러진다. 소년을 쫓는 마을 경감 모네의 추적이 시시각각 조여오고 마침내 마르셀은 행동할 때가 왔음을 깨닫는데… 과연 마르셀은 무사히 소년과 아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영화로 르 아브르에서 충분히 느끼지 못했던 정취를 느낄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가서 살아보라면 그건 싫은데, 하겠지만.
마냥 꾸깃꾸깃 접어놓고 펼쳐보지 못하기는 못내 아까워 이렇게 덧칠을 하면 조금 나을까싶어서.






불어 선생님이 Librarie를 가자길래 도서관에 왜 자꾸 가자고 하지 했는데 그건 서점이고,
도서관은 Bibliothèque
...



@Le Havre, 2008

-
그리고 끌로드 모네가 이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비가 쉴새없이 내릴 땐 '모네 아저씨가 왜 고향을 떠났는지 알겠다.'며 제멋대로 주거 이전의 이유를 들먹였고,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가서 모네가 그린 르 아브르 풍경을 보고 '여기까지 와서 이걸 봐야하냐.'며 또 투덜댔다.

조금 더 걸어가면 앙드레 말로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André Malraux)이 있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떠난 뒤에야 하나 둘씩 짐작하는 그 곳의 매력.

모네가 고향 르 아브르를 그린 작품들


Claude Monet

Fishing Boats Leaving the Harbor-Le Havre(1874)


http://www.artchive.com



Claude Monet
Impression(soleil levant) : Sunrise


Claude Monet
The Sea at Le Ha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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