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왕위왕(방비엥이라고 한다)에서 보낸 따사로운 오후.
왕위왕은 라오스 수도 위앙짠(=비엔티안)과 루앙프라방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루앙프라방까지 한 번에 가기는 힘들어 잠시 쉼표를 찍고들 간다.
우리 또한 그랬는데 왕위왕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터덜터덜 걸어 다녔다.
중국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뚝뚝 떨어져있는 산이 길게 이어진 우리 산과는 사뭇 다른 모습.
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많다.
해질녘, 강물에 자락을 흩뿌린 노을이 너무나 멋졌다.
자줏빛 잠자리도 보았다.
이 녀석들이었던가.
왕위왕에서 머무는 동안 하루는 새벽 두 시쯤에 닭 두 마리가 울음 내기를 시작, 결국 먼 동이 터 해가 창문 너머로 들어올 때까지 내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한 마리가 좀 물러났으면 좋으련만 어지간히 울어야지. 두 시, 네 시, 여섯 시에 뒤척이며 일어났다 잠들었다 거듭했다. 엄마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뒤척이다 여섯 시쯤에는 눈이 마주쳐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 뒤로 무언가 반복해서 소리를 내면 '저건 방비엥 닭새끼냐.'를 내뱉는다.
이 골목길에도 닭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바삐 걸어다녔다.
왕위왕, 하면 그림같은 산과 강, 그리고 닭이 생각난다.
@Vang Vieng, Lao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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