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 백년 전 이 곳에 쳐들어 온 버마군이 내 목을 잘라, 얼굴을 잃은 지 오래다.
수 백년이 지나고 그런 나에 대해 조금은 알까 싶은 사람들이 와서 나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돌아간다.
지금 나는 얼굴이 없어 그 사람들을 볼 수 없고, 그 사람들도 목이 잘려나가고 몸이 동강나던 그 때 나를 묶어 둔 공포와 피비린내를 볼 수 없다.
그런데 너는 어디서 다리를 다치고 와서 예 있는지.
달리는 자동차를 피하지못해 다리를 다쳤는지,
어떻게하다 내 몸에 깊이 패인 자국과같은 것이 네 다리에 남아있는지 몰라도,
지금 나는 눈이 없어 볼 수 없고 귀가 없어 들을 수 없지만,
바람과 비에 조금 뭉그러진 돌 틈 사이 가슴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 2004, 아유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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