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제르망으로 가던 길이었나.
주차권 발매기 옆에 누군가 그려놓은(스프레이로 스텐실 기법으로 찍은 듯) V를 만났다.
사실 이 때 그 V인지 몰랐다.
그냥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낭만 자객인 줄로만 알았지.
얼마 뒤 V for Vendetta라는 영화를 소개받고 봤다.
너무도 닮은 그 상황이
스크린 속과 스크린 밖이 뒤섞여 쓰디썼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은 올라갔지만
지금 우리는 아직 시작도 못 한 것 같다.
그 까닭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거나.
서울로 돌아왔을 때
거리에서 V의 가면을 쓴 이들을 만날 때마다 죽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파리에서 만난 V는 책상 앞에 흑백사진 한 장으로 붙어있다.
그리고 내 가슴 속에도.
@Pari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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