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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시나리오 이렇게 썼다 - 윤현호 작가님 강의

<변호인> 시나리오 이렇게 썼다 - 윤현호 작가 강의 (2014.3.7)




2014.3.7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영화 <변호인> 시나리오를 쓴 윤현호 작가님의 강의.







관객의 한 사람으로 영화를 이루는 최초의 이야기가 어떻게 쓰였나 무척 알고시푼 연어 한 마리처럼 수강신청했다.




그 연어는 불금 저녁 신촌으로 갔지비...☆





그러나 



밥버러지 같은 연어는 폰으로라도 찍었어야 했거늘, 강의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빕*에서 연어샐러드 접시 비어있는 꼴 봤을 때보다 허탈하기 짝이 없었쟈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을 비롯하여, 글 쓰는 분들이 절반을 넘어 강의 역시 '글 쓰는 일' 중심으로 강의 제목에 맞게 진행되었다.

공개 강의였고, 딱히 오프 더 레코드로 갈 이야기는 없는듯하여 강의 내용과 느낀 점을 자세히 옮겨본다.

강의 내용은 검은 글씨, 중간중간 끼어드는 나의 느낀 점은 회색 글씨로 구분했다.

(옮기다 보니 너무 많이 끼어들었네예. 몹쓸 드립 잔치도ㅋㅋ 회색 부분은 그냥 넘어가이소. ㅠㅅㅠ)


최대한 워딩 그대로 옮기려 했으나, 궁금하신 점은 윤현호 작가님께 문의하세요. *^^*



블로그

http://blog.naver.com/faye69/


트위터

twitter.com/icebreak05




거리낌 없는 스포밭이므로, 혹시 영화를 보시지 않으신 분이라면 영화 감상 후 보시길 바랍니다. 

제발 한국인이라면 변호인 보세요... 제한변...☆










노무현이 송우석이 되기까지


제작사 위더스필름으로 들어가기 전 양우석 감독님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했다. 

감독님이 아이템 두 개를 들고 오셨는데 하나는 공포물, 하나는 부림사건이었다. 처음에는 로그라인 하나 정도만 있는 부림사건보다는 어느 정도 방향이 있는 시놉시스도 갖춰진 공포물을 선택했다. 


작업의 수월함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이야기를 하기에) '너무 빠르다'였다. 80년대 법정이라는 관객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낯선 공간, 국보법 사건의 어려움, 좋아하는 분의 이야기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누가 되리라는 부담감 등을 이유로 처음에는 부림사건을 고르지 않았다.

공포물을 작업하면서도 부림사건에 대한 미련이 계속 떠나지 않아 다시 부림사건을 해보겠다고 했다.


시놉시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아이템을 선택하게 한 것은 바로 강력한 로그라인.




노가다 일꾼에서 판사로, 변호사가 다시 죄수로


('로그라인'은 시놉시스, 기획의도 이전에 작품을 설명하는 한 문장. 그러니까 '한줄 요약')



더구나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실제 있었던 일. 작위적이지 않은 실화의 힘.

아무리 로그라인이 강력해도 그 이후로 풀어나가는 일은 다른 문제였고, 일주일 정도는 한 줄도 쓰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 글이 풀리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엔딩 장면의 실화.

대우조선 사건으로 법정에 선 노무현 변호사를 변호하려 출석한 99명의 변호인 일화를 알게 되며 엔딩(실제 영화의 결말이기도 한)을 결정했고, 제목 역시 '변호인'으로 붙였다.






**


송강호 배우도 처음 한 번 거절한 이유가 '그분의 삶에 누를 끼칠까 두려워서'였는데,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부담감이 어마어마했겠지만, 한편으로는 남기고 간 그림자가 긴 당신에게 끌리는 힘이 어마어마했다.

어떠한 모습으로든 꾸준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분이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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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충돌


기획에 충돌적인 요소가 있어 이 아이템을 선택했다. 




전당포에 자신을 가둬놓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소재, 그 남자가 옆집 아이를 구하러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는 좋은 기획이 된다.

- 영화 <아저씨>





시각장애인 여자는 소재, 시각장애인 여자가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기획.

- 영화 <블라인드>




노가다 일꾼이 판사가 되고, 변호사가 죄수가 되는 이야기에는 충돌적인 요소가 많고 실화라는 강점이 있다.




<추격자> 역시 실화에 좋은 기획이 있었다. 연쇄 살인범을 형사가 쫓지 않고, 포주가 추적하는 이야기.



기획에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점검하는 방법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잡은 한 줄의 이야기 속에 충돌적 요소가 있다면 좋은 기획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변호인>에서 80년대 고졸 출신 변호사가 일확천금하는 이야기라면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고,

평범한 변호사가 인권 변론을 맡게 되는 이야기라면 <필라델피아> 같은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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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을 보며 '실화가 더 영화 같다!' 외치고 다녔다.

실화를 바탕에 두고 만든 작품 가운데 '왜 저렇게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아쉬워죽겠는 작품이 더러 있다.

그런 작품을 돌려보면 실화 바탕 극화는 이미 지어진 집에 적당히 채우고 꾸민다고 장땡이 아니구나 싶었다.

실화가 실화로 남아있을 때 가장 온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화의 잠재력을 세상 한복판으로 끌어내는 극화는 또 다른 온전한 실화를 재생성한다. 닥터후돋네.

그동안 재미있게 봤던 작품 가운데 비슷한 '충돌'적인 요소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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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브로코비치>의 활력



작가가 생각했던 <변호인>의 레퍼런스는 <에린 브로코비치>였다. 

(감독님이 생각했던 레퍼런스는 달랐다고 한다)


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이 다르기에 현장에서는 레퍼런스를 들고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활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여드리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에린 언니 짱짱걸bbbbb



저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변호인단 안에서도 무시받지만 한 번 지르는 장면.

첫 번째 공판 전에도 판사나 변호사들이 (송변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응축되어있었는데 이렇게 이야기해봐야겠다고 했다.

여느 법정영화와 다른 점은, 재판 중심이기 때문에 영화의 1/4 지점까지 사건을 소개한 다음 법정 이야기가 진행된다.

<변호인>은 송우석에 관한 이야기(송우석이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변호사가 되었는지)가 많이 나오고, 부림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중간 지점 정도부터 나오니 사건에 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늦게 나오는 편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법정 소송을 다룬 영화이지만 <변호인>과 비슷한 구조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소송보다는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캐릭터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P&G를 상대로 소송한 실존 인물.


사람들이 부림사건보다 노무현 변호사를 더 궁금해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노무현 변호사 이야기를 절반으로 하자.

초고를 쓰고 모니터링을 했는데, 뜻밖에도 송우석 이야기를 한 전반부보다 법정 장면이 주를 이룬 후반부에 흥미를 느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뒷부분이 재미있다고 하니 앞부분을 줄이는 등 수정하곤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후반부 법정 장면이 재미있다고 느낀 까닭은 앞부분이 응축되었기 때문이다. 쌓아온 앞부분 이야기가 있었기에 뒷부분에 재미가 있을 것이다.


흔히 관객들이 '저 장면 잘라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라고 한다.


해당 장면을 잘라야 재미있을 영화도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그 장면이 남아있는 이유는 - 시나리오의 딜레마이기도 한데 - 지루한 장면이 그곳에 박혀 있어서 다른 장면이 힘을 받는 경우가 많다. 코코블록처럼 하나를 떼어낸 다음 다른 하나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지닌 유기체이기에 이 부분 하나 잘라내면 전체가 무너지곤 한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써야 완성도가 있다.

여러분도 시나리오를 쓰고 주위에 모니터링을 돌린 다음 나무만 보는 반응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저 장면을 보는 느낌은, <변호인> 두번째 공판에서 대외정책연구소 소속 엄태남(은 일하는 곳 주소도 대지 못하는 안기부 요원 1이쟈나)을 증인으로 들이민 강형철 검사가 송우석 변호사에게 큰 엿을 먹는 통쾌함과 닮았다.


게다가 영국 대사관에서 E.H.카가 소련 빨갱이(...)가 아니라는 공식 답변을 받은 일, 서울대학교 권장 도서라는 사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 모두 성실한 준비와 공부로 승부한 노무현 변호사의 실화다.


그리고 '저 장면 잘라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이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 내 웃을 뻔하면서도, 무척 뜨끔했다

나야말로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어휴, 저 장면은 쳐냈어야지.', '대체 저 장면은 왜 때문에 들어간 거야.', '그 장면은 더 길었어야 하는데.' 답답해하기도 하고 상상도 하는 아주 보통의 관객, 시청자니까. 나무도 모자라 요 나뭇잎이 침엽수인지 활엽수인지 잎에 벌레 먹었는지까지 따지는 쪼잔한 관객이쟈나. ^_T


**




 


  

판사 시절의 시퀀스가 삭제되다






http://www.youtube.com/watch?v=ChywmCta7eA


영화 <변호인> 첫 장면은 타이틀이 올라간 다음, 

송우석이 박카스를 들고 선배인 김상필 변호사를 찾아가 인사하며 좋은 아이템이 있는데 땡거지니까 돈 좀 꿔달라고 한다. ㅋ




<변호인> 작업 과정에 관하여


감독님이 아이템과 로그라인을 가져오신 다음, (작가가) 시놉시스를 쓰고 트리트먼트를 쓴 바탕으로 초고 작업을 했다. 초고 작업 수정본 작업 후, 감독님이 이어받아 수정 작업을 했다. 감독님 버전과 제 버전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판사 시절 이야기다.


프롤로그에 송우석의 판사 시절 이야기가 한 시퀀스 정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순차적으로 가다가 아파트에서 아파트 공사 현장과 국밥집을 회상하다 다시 돌아오는 구성인데, 처음 버전에서는 순차적으로 아파트 현장, 국밥집에서 도망치는 장면, 그리고 판사 시절 장면이 있었다. 왜 이 인물이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하게 되었는가, 왜 돈에 집착하게 되었는가 등등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제작사(위더스필름)가 들어오며 특정인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을 희석하는 차원에서 이 부분은 삭제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나와 돈을 꿔달라고 하니 갑작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판사 시절 이야기가 나왔더라면 앞부분이 너무 길었으리라 생각도 한다.


송우석이 왜 그렇게 돈벌이에 집착했는지, 부산의 다른 변호사들의 무시 속에도 왜 허드렛일 같은 등기 업무를 하며 부를 축적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끔 아쉬울 때도 있다.



시놉시스 버전 1.5

영화 개봉 전에도 그랬고 '(모델로 삼은) 인물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처음에는 캐릭터 인물도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이 '노우현'으로, 그리고 감독님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캐릭터도 거의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윤 형사, 모니터링 후 형사보다는 다른 직업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군의관으로 바꾸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실제 기사, 음성, 영상 등 각종 자료를 많이 봤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출마 선언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CpGAb3bj_Lk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혹은 그런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하고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하고 패가망신했다

600년간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전부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살고 싶으면
세상에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요.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생에 남기셨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 2002년 대선 출마 선언 가운데





영상을 보며 어떻게든 활용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후보의 어머니가 하셨던 말 - 계란 아무리 던져봐라 바위가 부서지나 -은 초반 송우석이라면 오히려 그 말을 했을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송우석에게 저 대사를 주고 싶었는데, 송우석이 직접 말하면 그냥 흘러갈 대사가 될 것 같았다. 

'계란 아무리 던져봐라. 바위가 부서지나.'에 대응하는 대사를 쓰다가 나온 대사가 이것.






데모를 해가 바뀔 세상이면 내가 열두 번도 더 바꿨어. 세상이 그래 말랑말랑한 줄 알아?

계란 아무리 던져봐라, 바위가 뿌사지나, 마.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고, 

바위는 뿌사지가 모래가 돼도, 계란은 깨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그카는 얘기는 모릅니까?'









계란이 뭐? 바위가 뭐?





이 부분은 최명희 작가님의 '혼불'에 나온 대사다.

이 대사를 할만한 캐릭터를 잡게 된다. 이 캐릭터가 바로 '진우'인데, '진우' 캐릭터를 처음부터 상정하지 않았고, 이 대사를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일까 접근했다. 송우석이 이런 말을 했을 때(계란 아무리 던져봐라),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할만한 친구라면 굉장히 올곧고 시국에 관심이 많은 느낌, 그러다 결국 이런 말을 했던 청년이 정권의 폭압으로 파괴되는 순간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송우석이 다시 이 대사(진우가 우석에게 했던)를 진우에게 하는 구성이었다.







다 끝났다 카던데요. 계란으로 바위치는 기라고.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거라고 계란이 바위 넘는다고 니 안 그랬나? 

니 말대로 그 바위 넘어서야제, 여서 깨지고 말끼가?











**


출마 선언 영상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마스카라 폭포 만들면 송변이 눈화장이나 제대로 하라고 지적했겠지. ^_ㅠ

작년 가을 포털 영화 페이지에 영화 <변호인> 줄거리 뜨던 날, 유독 이 출마 선언이 귀에 선했다.

그때는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당연한 이야기지만),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뭐가 됐든 나중에 그 시기를 회고하며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까 싶었다. 세무 전문 변호사가 어차피 질 게 뻔한 지난한 시국 사건을 맡으며 깨지는 인권 변호사로, 그 뒤로 아스팔트의 변호사로 거듭났던 시절을 말이다.

 

이 출마 선언 가운데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라는 한 줄이 나와, 그 말을 할 '진우'라는 캐릭터가 나왔다. 그 말을 진우가 우석에게 한 번, 다시 우석이 진우에게 한 번 가게 되며 우리는 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만난 이 과정이 참 신기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극장 밖 이곳저곳에서 '우리 계란으로 바위 한 번 쳐봅시다', '바위 치는 계란이 되기로 했습니다.', '바위 넘는 계란이 되고 싶습니다' 등등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다시 듣게 되었다.


 



**






결말을 알고 써라

99씬에 합당한 엔딩은 하나밖에 없어야 한다


영화가 만약 100씬이 있다면, 99씬은 엔딩 한 씬을 향해 달려가도록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엔딩은 우석이 죄수가 되는 것이었다.

송우석 변호사가 감옥에 갇혀 '33번 노무현' 혹은 '33번 송우석'하면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돈에 집착하던 시간을 집어던지고 모든 것에 초연한듯한 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이었다.











그 엔딩도 좋지만, 자료조사를 하다가 대우조선 사건으로 99인 변호인이 출석하는 일을 알게 되었다.

이 완벽한 엔딩이 있는데 감독님이 왜 말씀을 하시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형무소에서 고개를 돌리는 엔딩과 법정에 출석한 99인의 변호인이 나오는 엔딩이라면 누구든 후자의 엔딩을 택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엔딩을 정하니 나머지 99씬의 방향이 잡혔고, 영화의 제목도 '변호인'으로 지을 수 있었다.


변호인이 천만 관객이 든 것은 작가로서 엄청난 행운인데, 그보다 더 큰 행운은 로그라인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었다는 점이 작가로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엔딩 역시 현실에 있었다는 점이 작가로서 큰 행운이라 노무현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으로 썼다.


엔딩을 정하지 않고 쓰는 분도 있지만, 기왕이면 엔딩을 확실히 정해놓고 앞의 이야기 밀도를 강화할 수 있다. 엔딩을 정해놓고 쓰는 이로움은 변호인을 쓰며 자주 느꼈다. 99인의 변호인이 되어야 한다는 엔딩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앞의 장면이 풀렸다. 예를 들어 부산 변호사들이 수군거리는 장면, 요트 장면 등등, 특히 국밥집 장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변호인을 보기 전까지 이 영화의 엔딩이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했다. 

역피셜(역사가 스포일러다!)에 따라 부림사건의 결과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졌다'.

상업영화라 그 재판 결과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시 세월을 건너뛰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될까? 또 너무 직접적이면서 뜬금없고(아무리 사실이라도). 


'1987년' 글자가 뜨는 순간, 

곧 다가올 이 영화의 엔딩을 정말 보고 싶으면서도 과연 이 엔딩을 보고, 제 정신 차려 극장 밖으로 나설 수는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우석의 바보 같은 선택과 행동이 세상을 빛내고 다른 이를 울렸음을, 고요하고 장엄하게 보여준 엔딩이다.

그분이 남기신 뜻과도 닿아있고, 이 세상에서는 해드리지 못해 두고두고 사무치는 일이 스크린에 흐르더라.  



참, 대규모 변호인단 출석이 노무현 변호사의 대우조선 사건 때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노무현 변호사에 앞서 활동해왔던 소위 '인권 변호사'들에게 독재 권력이 재갈을 물릴 때 등장했던 대규모 변호인단이 있다.

'어떤 조사'로 필화 사건에 휘말린 한승헌 변호사를 위해 129인의 변호인단이 구성되었고, 구치감에서 법정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변호인이 늘어서서 한승헌 변호사를 격려했다고 한다. 유신의 심장을 쏜 김재규를 변호한 강신옥 변호사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군법회의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다 분노하여 '차라리 피고인들과 뜻을 같이해 피고인석에 같이 앉아있고 싶다'라고 말했다가 법정모욕죄와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이때도 93인 변호인단이 구성되었으나 징역 10년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송우석 변호사의 등 뒤로 일어나는 99인의 변호인이 각별한 까닭은, 가방끈 짧고 돈도 빽도 없이 등기업무까지 하며 억척스레 살던 듣보잡 변호사가 가장 변호사다운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권변호사라고 부르는 분들은 정작 그 호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지금 변호사가 얼마나 직분에 충실하지 않았으면 새삼 그런 호칭이 붙었겠느냐며 애석해할 정도. 실정법을 어겼을지라도 법의 보호를 누리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가장 앞에 서야 하는 것이 법조인의 의무라고 덤덤하게 답하는 송우석 변호사는 그동안 싸늘한 시선을 던졌던 동료 변호사들의 양심을 깊게 울렸다. 이런 송우석에게 변호사 배지를 달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도 할 수만 있다면 앞다투어 그의 변호인을 자청했을 텐데, 그런 마음을 잘 담아낸 공감과 상징이 수려한 엔딩이었다. 


이것이 실화였다는 점이 감동이고, 이 실화가 멋지게 영화로 나온 걸 내 눈으로 봤다는 점이 감격이고, 영화가 이런데 실제로 그때는 얼마나 벅찼을까 상상해보고, 그 느낌 또 느끼고 싶어 또 변호인을 예매하고...


좋은 뫼비우스의 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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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작가의 유일한 무기는 자료 조사


현장에서 신인작가라고 해서 가산점을 더 받고, 이미 시나리오를 더 팔았다고 해서 넌 좀 덜 해도 돼 라는 것 없이 똑같이 경쟁하는데, 글로 기성작가와 경쟁해야 하는 신인작가들은 드라마트루기, 스토리텔링, 캐릭터 묘사 등에서 기성 작가를 이기기 굉장히 힘들다. 기성 작가들은 습작량이 많기 때문에 어떤 소재가 와도 팔릴 만하게 쓸 노하우가 있지만, 신인 작가들은 습작량이 적기 때문에 방황하며 쓸 수밖에 없다.


소재를 잡고 기획을 할 때 자료조사가 필요한 기획을 잡으셨으면 좋겠다. 변호인처럼 시대나 상황에 관한 자료조사일 수도 있고, 캐릭터가 갖고 있는 직업일 수도 있고,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일 수도 있다. 지금 쓰고 계시는 시나리오가 자료 조사 없이 머릿 속 상상으로만 나간다면, 문제는 아니더라도, 한 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상상력을 과대평가하지 마시라.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도 생각할 수 있다.

자료 조사의 요령을 기성 작가가 더 잘할 수 있겠으나, 그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듯이 자료 조사를 하여 작품에 녹여내면 분명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변호인의 경우도 엔딩이 그랬다. 그리고 80년대 법정에 나오는 포승줄과 수갑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당시에는 일반적이었는데, 이 또한 자료 조사로 얻었다. 




'빨갱이들 뭐하러 변호해?'


(이 장면에서 이석주 판사와 송우석 변호사 사이로 보이는 그것의 시선이 정면으로 들어오니 '29만원의 아바타 게임이야?' 구역질이 났다.)



판사인 송영창씨가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빨갱이들 뭣 하러 변호하냐'는 장면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작위적이지만, 그 당시 실제로 했었다. 

자료조사를 통해 얻어낸 이러한 장면은 모니터링이나 영화사 회의를 통해 장면에 관해 논의한다고 해도 이 장면은 바뀌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엔딩을 비롯한 (자료 조사를 통해 얻어낸 장면들은) 초고 단계에 잡았던 그대로 영화화되면서도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 장면을 대체할 수 없는 상상은 없으니까. 사실 자료 조사가 귀찮지만, 오히려 그 부분에 해법이 있을 수 있겠다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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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한 외계인을 날려버리려고 해도 웜홀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면 대략 난감인데, 하물며 실화 기반은 어떻겠는가.

영화를 보니 당시 상황이나 노무현 대통령에 관하여 어느 정도 안다는 사람들도 '미처 몰랐다'는 부분이 꽤 있었다.


어느 분야라도 자료 조사(망알 데이터 마이닝)는 해두어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는데 귀차니즘과의 싸움일 뿐...☆

그리고 모은 자료를 정리하여 다듬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just 창고가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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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의 한 가닥을 잡아서 길게 늘였다


자료 조사와 이어지는 내용인데, 실화를 가져와 길게 늘였던 장면이 많다.







이를테면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던 사실에서 송우석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장면 외에 파생된 장면이 나왔다. 송우석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무언가 충격을 받고 벽에 인생의 모토를 새기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중에 자기가 지었던 그 집을 되사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우 캐릭터는 여러 피고인들을 모델로 했다. 그 분들을 하나로 뭉쳐 진우 캐릭터로 만들었다.

아까 말씀드렸던 판사도 편파적으로 진행하는 모습도 있었다.


요트 장면의 경우, 아직도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오해가 많이 풀렸길 바랐다. 요트 연습을 하고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하려던 것도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다. 이 실화는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 매력적이었다. 이 역시 실화의 한 가닥을 잡아 늘였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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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함바집 먹튀(...)하고 훗날 밥값을 갚았던 일화가 영화에서 이렇게 풀리는 걸 보고 또 물개박수쳤쟈나. ㅠㅅㅠ


송우석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적었던 수험서를 되찾던 날, 책보다 더 단단한 콘크리트벽에 자신의 다짐을 새긴다. 

새벽같이 달려가 진우 변호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또박또박 다짐한다.

그리고 세상과 사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 깨지지도 않는 바위로 달려가 온몸으로 새기는 삶을 산다.

그때 우리는 세상에도, 스스로에게도 굴하지 않고 살아내고야 마는 한 사람의 기적을 만난다.


훌륭한 여러 일화를 줄줄이 늘어놓기만 한다면, 재미도 없고 거리감만 쌓인다.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이나 지금도 성공 끝에 잇몸 만개하며 웃고 있는 사진이 박힌 자서전들을 보면 그렇듯이. 

그런데 잘난 일도, 엉뚱한 일도, 어쩌면 좀 후져 보이는 일조차도 가리지 않고 가장 그 사람다운 이야기로 절묘하게 풀어냈기에, 송우석이란 인물의 매력과 힘이 제대로 발산되었다. 게다가 송강호 배우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송우석이었기에, 인간 '노무현'에 더해 '송우석'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되었다.


예전에 부림사건 피해자분들의 증언과 가족들의 호소문을 읽은 적이 있다. 영화 속 진우와 기웅, 특히 진우를 보며 그분들 모두 가장 아팠던 구석을 응집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문씬은 물리적으로(관객에게는 시각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씬임에는 분명했고, 진우를 연기한 임시완 배우도 말했듯 육체적 고통보다 표현하기 까다로웠던 정신적 고통이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 인상 깊었다.


세 번째 공판에서 제일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느냐 하는 우석의 물음에 '원망'이라고 답하는 대목이 그러했다. 거짓 진술서를 맞춰 쓴 채 넋 놓고 읽다가 우동과 벚꽃으로 일상과 진실을 애타게 토로하며 우는 기웅과 진우 장면에서 피해자분들(부림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비슷한 사건들도)이 당시 자신의 모습을 만나 위로해주며 오랜 세월을 건너 화해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었다. 다시금 실화를 허투루 내보내지 않은 영화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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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석의 뒷면을 보다





영화에서 정원중씨가 연기했던 김상필 변호사(초안에서는 실제 모델인 김광일 변호사 이름 그대로였다) 캐릭터가 굉장히 긍정적이다. 

김광일 변호사는 실제로 노무현 변호사를 정치로 입문하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무현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고, 김광일 한나라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이 뒤섞여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 주는 사람이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독학으로 고시에 합격했고 국회의원도 됐다는 것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여기면서 비정상적인 우월의식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똑똑하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다. 

반면 열등의식도 강하다. 「내가 제대로 교육을 못 받았는데 남들이 날 얕보지나 않을까」 하는 열등의식이 항상 잠재해 있다. 

이런 경우 겸손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는 가진 자, 배운 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진전했다. 


그가 말이 많아 항상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바로 열등의식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뭔가 아는 체를 계속 하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 법조계에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사건 수임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는 영리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당시 등기·저당 등의 업무는 사법서사들이 주로 했는데, 그는 변호사로서 그 일거리를 처리했다. 부산 법조계에선 그를 「이단아」로 취급했다』


- 월간조선 인터뷰 가운데




비난 일색인 인터뷰이지만 김광일 의원에게 감사드립니다. 송우석 캐릭터의 뒷면을 볼 수 있었다.

노무현 변호사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실제와 닮고, 닮지 않았고를 떠나,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캐릭터의 뒷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왜 그렇게 돈에 집착했을까, 돈에 집착하던 캐릭터가 계속 돈을 벌고 중간에 부림사건이 왔다고 해서 그걸 그만두는 캐릭터의 알 수 없는 여정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광일 의원이 한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의 밑바탕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송우석 캐릭터를 둘러싼 부산 법조계를 봤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단지 돈에 집착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열등의식, 우월의식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부분은 국밥집 장면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가면 캐릭터가 입체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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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변호사를 생각해도 참 복잡하다. 세륜 삼당합당...

노무현 변호사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인 부림사건을 이어주고 정치 입문의 길을 틔워준 장본인이지만 나중에 왜 그랬어요.


'저 양반 왜 저래!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짜증 나게!' 넘겼던 저 기사가 송우석의 뒷면과 밑바닥을 다지는 탄탄한 소재가 되었음에 또 놀랐지비.



조금 옆길로 새자면, '80년대 인권변호사'를 모델로 한다는 영화 제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조영래 변호사, 노무현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이렇게 세 분을 떠올렸다.


조영래 변호사는 가난한 유년 시절은 비슷해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점에서 차이가 있고, 일찍부터 시국에 고민이 깊어 고등학교 때도 시위대 앞줄에 섰던 분이고 대학 시절도, 변호사가 된 이후로도 올곧게 행동했던 분.

만일 극화한다면 송우석에 비하면 초지일관 반듯한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위의 유혹에 잠시 흔들리고 그런 없ㅋ엉ㅋ. 그렇다면 인물 안에 있는 다양한 면모가 빚어내는 갈등보다는 바깥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풀게 되지 않을까. 전태일 열사 사건을 알고 익명으로 평전을 쓰고, 대표적으로 부천서 성고문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대우 어패럴 사건 등등을 맡아 끈질기게 싸우는 한결같은 삶을 살았던 위대한 분이라 극화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친구였지만 다른 길을 걷게 된 조영래, 김근태, 손학규 세 사람 이야기- 특히 김근태 의장님-도 나오면 좋겠다고 막 설렜다. 


그러다 '80년대 부산'이라는 설명에 빼박캔트(...) 노무현 변호사구나 속으로 굳게 믿고 기다렸다. 극화에 한정한다면 노무현 변호사는 인물 자체의 매력이 끌어당기는 힘이 아주 강력하다. 위대하지만 평범했고, 별것 없어 보여도 굉장히 '밸난' 사람이었으니까.  


송우석의 열등의식과 우월의식이 국밥집에서 아들맨치로 하는 싸움질로 터졌다면, 두번째 공판에서는 서울대학교 권장도서를 흔들며 '판사님? 검사님? 거 불온집단 출신이시네!' 날리는 돌직구로 터졌다.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 짧은 탓에 줄곧 무시당하던 가운데 이 열등의식과 우월의식은 부산 변호사 바닥에서 성실함과 실력으로 버텨낸 저력으로 작용했고, 끝내 불의와 불합리에 저항하는 원동력으로 바뀐다.


송우석이 부독련 사건을 맡기로 한 선택에 영 어긋나 보이는 그간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그 선택에 이른 마땅한 이유가 숨어있었다.

그런 뒷면과 이유를 난삽하지 않게 심어놓는다면, 적절한 때에 그 뒷면이 제 모습을 드러내며 인물이 한층 풍부해진다.

인물의 완결성이란 끼리끼리 잘 묶인 순도 100%에서 나오지 않고, 부딪힘과 깨짐이 있어도 묘한 결합과 조화, 그 폭발에서 역력히 드러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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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데 옆에서 보면 감상적인 대목이 있다
인간적인 면모가 뛰어난 사람이다
눈물 보인적이 여러번 있다. 최근에 무슨 유족을 만났을때도 눈물을 훔치더라
대중 정치인으로서는 이런 모습이 확실히 장점이고
선거때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었는데 지금은 (청와대 안에 있다 보니) 그렇지 못하다.
(우리처럼) 직접 만나 본 사람들만 그의 그런 좋은 면을 알수 있다"


- 여준영 프레인 대표




탄핵 정국 이후 이미지 컨설팅을 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옆에서 봤던 여준영 프레인 대표의 이야기.


변호인은 철저히 인물 중심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사건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영화화될 가능성이 높다. 배우가 인물 중심으로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캐릭터의 선함과 악함보다 인물의 입체성에 매력을 느끼므로, 그 부분을 점검하면서 작업했으면 좋겠다.












'




변호인은 완벽하게 인물 중심의 이야기이다. 

변호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굳이 87년까지 갈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반응이 있었다.

작가로서의 답은, 변호인은 사건 중심보다 인물 중심이었기에 87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변호인이 특정 사건이 중요했다면 부림사건에서 엔딩을 찍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변호인은 송우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87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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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공격하고 쓰러뜨릴 먹잇감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매력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뜻 모를 반항이,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저항이 되었다.


나 역시 87년으로 건너뛰는 전개가 좀 뜬금포라는 반응을 본 기억이 있는데, '1987년'이 뜨는 순간 좋은 의미로 속이 울렁거렸다.

엔딩을 위한 시기 설정인 동시에 '1987년'의 의미를 작품 밖 으로 끌어낸다면, '87년 체제'의 명암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87년을 직접 언급한 용기와 성과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차동영 경감에게 부산으로 내려오라고 할 때, '부산에서도 광주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80년 광주를 말하는 대목도.


실제로 변호인을 보고 난 뒤 '노무현'과 '부림사건'외에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87년 6월 항쟁'을 묻고 찾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결국, 변호인은 인물 중심의 이야기면서도 사건도, 시대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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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만으로 부족하다


욕망과 운명의 차이를 본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욕망 : 아내와 재결합하고 싶다

운명 : 재결합을 도와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아저씨>

욕망 : 전당포 안에 나를 가둬놓고 싶다

운명 : 옆집 아이를 구하려면 그 공간에서 나를 내보내야 한다




<마더>

욕망 : 내 아들을 구하고 싶다

운명 : 내 아들을 구하려면 다른 사람의 아들을 죽여야 한다





<과속스캔들>

욕망 : 가족은 짐이다

운명 : 가족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




<올드보이>

욕망 : 나를 가둬놓은 놈에게 복수하고 싶다

운명 : 내가 복수를 당한다




<살인의 추억>


박두만(송강호 분)의 

욕망 : 얼굴만 봐도 안다

운명 : 도대체 모르겠다


서태윤(김상경 분)의

욕망 : 서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운명 : 서류를 믿을 수 없다


캐릭터의 다른 욕망과 운명




<신세계>

<무간도>와 비슷해 보였지만 현명하게 극복한 작품


이자성(이정재 분)의 

욕망 : 골드문에서 나가고 싶다

운명 : 골드문의 1인자가 된다




<무간도> 


진영인(양조위 분)의

욕망 : 조직에서 나가고 싶다

운명 : 자신의 존재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반장도, 자신도 죽음 → 조직에서 영원히 나가지 못하는 무간지옥에 빠지게 됨 / 죽음으로 무간지옥에서 빠져나오게 됨





<대부>

욕망 : 소중한 가족을 위해 조직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

운명 :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죽이게 된다


<신세계>는 <무간도>처럼 시작했다가 <대부>로 끝나게 된다. 이야기의 차별점이 있다.


<변호인>

송우석의

욕망 : 돈 잘 벌고 싶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

운명 : 돈을 버리고 사람을 위한 변호인이 된다




영화의 시작은 욕망으로 시작하며 운명으로 가는 이야기가 스토리의 성패를 좌우한다.

내 이야기에 욕망만 있는 것이 아닌가, 욕망과 대비되는 운명이 들어가면 어떨까 점검해보면 좋겠다.

욕망이 있고 운명만 설정하면 능사가 아니라, 욕망에서 운명으로 갈아타는 이음새가 중요하다. 





<변호인> 가운데 국밥집 장면





'니 그라는 거 열등감인 거 아나? 가방끈 짧은 기 그리 쪽팔리나!'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고, 

바위는 뿌사지가 모래가 돼도, 계란은 깨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그카는 얘기는 모릅니까?'








똑똑, 여기가 돌직구 던지기 대회 현장입니까. ☞☜





국밥집 장면에서는 우석의 동창생인 기자 윤택과 진우 캐릭터로 작가가 개입했다.


진우는 저 장면을 쓰면서 다른 장면이 생각난 경우였고, 윤택은 (김광일 의원이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열등의식 등등) 직접적으로 말한다.

욕망에서 운명으로 갈아타는 이음새에 해당하는 장면이 필요하다.


주인공의 절반의 성공, 혹은 실패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욕망했던 성공이 절반만 성공한 것이다, 혹은 그것이 완전히 실패한 것임을 말하는 장면이 있어야 한다.


국밥집 장면에서 우석이 돈을 얻었지만 지금까지 얻었던 건 실패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윤택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은인이었던 국밥집 주인인 순애에게 차지게 소금으로 얻어맞는 장면을 통해 송우석이 지금까지 추구한 것은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욕망이 운명으로 갈아타게 된다.

욕망과 운명이 충돌했을 때,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마더>에서 아들을 살리려는 욕망에서 남의 아들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아들을 살리려는 이야기가 주제 의식을 강화했다고 본다.


욕망과 운명, 중간에 갈아탈 때 주인공이 추구했던 욕망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거나 실패하는 장면이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다.


'선택'할 때 그냥 선택하게 하지 말고 주인공이 바보 같은 선택을 하거나 작위적인 선택을 하면 관객이 흥미를 잃는다. <변호인>에서 송우석이 부림사건을 맡을 때 그냥 맡은 것이 아니라, 해동건설이라는 차선책이 있었다. 이처럼 명백히 쉬운 선택을 하나 주면 좋다. 순애가 찾아와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다른 선택이 들어오는 거다. 모든 사람이 그 선택을 할 만한 차선책을 준다. 어느 누가 봐도 (해동건설을) 선택할 때, 송우석의 (다른) 선택에 포커싱을 맞출 수 있다. 






호의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



이때 송우석은 왜 해동건설 고문 변호사가 아니라 돈 안 되는 부림사건을 선택했는가에 관한 씨앗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작가는 한 인물이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욕망에서 운명으로 가는 과정, 주인공이 선택하는 과정에 명백히 쉬운 선택을 하나 주면서 주인공의 선택을 강화하는 구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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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서 운명으로 가는 이음새가 부실하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그랬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해 불가 판정을 내린다.

송우석이 명함에 대놓고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립니다' 문구를 땅땅 박은 채 돈벌이에 집착하다가 인권변호사로 탈바꿈하게 된 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속 부독련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신세 진 사이라도 다들 맡기를 꺼리는 시국 사건을 '절대 포기 안 합니다'라며 단호하게 맡는 송우석 캐릭터와 전개에 무리함이 없는 이유.


첫 장면에서 '전관예우요? 전 그런 거 잘 모릅니다.' 대답하는 송우석에게 타협 따위 없는 독고다이 불꽃남자라는 입질(...)이 오기 시작했쟈나.

삭제되었다는 판사 시절 이야기에도 그 이유가 더 있었을 텐데 그건 따로 역피셜로 대체해봅니다.


그 뒤로도 등기 업무하면 사법 서사들이 뭐라 안 하느냐는 우려에 '내가 뭐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진짜로 사법 서사들이 떼로 몰려왔을 때 '잘못된 기 있음 고소하이소. 안그라믄 내가 업무방해로 고소합니다',

세무서 쪽과 통화하며 '이기 실수가 아니모 뇌물 갖고 온나 그래 볼 수밖에 없지요. 우째 소송 가까요?',  

용공 조작 사건 소식을 듣고 나라꼴과 법조인을 탓하는 윤택에게 '법을 어겼으니 판결 때린 기지, 그게 뭐?' 

'문제가 있으모 공부를 열심히 해가 논리적으로 따져야지!'라며 반박한다.


진짜 쇠털 뽑아서 제 자리에 꽂지 않으면 생난리 칠 사람 같으니...


그런데 우석이 세상을 움직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안정적인 방편이 '법'이라고 믿고 살아가기는 해도, 법 만능주의에 빠진 사람은 아니었다. 

아들 건우가 태어난 날 나중에 같이 살려고 한 장 한 장 벽돌 올려 지은 집을 웃돈 주고 사버리고, 사무실 구색 갖출 때 자신이 일꾼처럼 땀 뻘뻘 흘리며 짐 나르는 등 내 일이라고 마음먹은 일은 스스로 끝까지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내 일이면 내가 하는 거고, 하등 복잡할 게 없이 담백하면서 무서운 사람이다.


7년 전 국밥 먹튀(...)한 과거를 잊지 않고 그 빚을 으러 찾아와, 얼굴과 발로 갚으라는 순애씨의 대답에 진짜 사무장님이 질리게 얼굴과 발로 갚는 우직함이 있다. 해동건설 회장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도 내내 순애와 진우 일이 걸려 수소문해 집을 찾아가 오밤중까지 기다린다. 

그러다 법을 빌미로 '있어서는 안 될'일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는 순간, 우석은 끝까지 법리에 입각하면서도 그 법과 원칙이 결코 사람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행동한다.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나지 않았잖아요.


송우석의 한결같음은 운명을 펼치는 법정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첫 공판에서 포승줄과 수갑에 묶인 피고인들을 보자마자 '이의 있습니다!' 일어난다.

(이 부분은 삼당야합 때 '이의 있습니다! 반대 토론 해야 합니다!' 일어나던 노무현 의원과 겹치고. ㅠㅠ)

법대로 안 할 거면 여기 왜 있는 거냐 되묻는 또라이(...) 송변은 이후로 잘못된 관행에 철저히 법리로 맞선다.


(송우석이 허를 찌르고 들어가는 치밀함과 순발력으로 무장했어도, 그가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라 좋았다.

그의 눈물은 7년 전 빚을 갚으러 온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순애 앞에서, 진우와 기웅이 고문받았던 장소에서, 두 달 넘게 행방불명된 자식들을 찾으러 헤매는 부모를 이야기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세 번째 공판에서...  

그리고 그 뜨거운 눈물을 허무하게 증발시키지 않고 다시 연료로 쓰는 사람이라 위대했다.

특히 이 부분은 노무현 변호사와 송우석 변호사 둘을 엄밀히 구분지어 말할 수 없는, 실은 그러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우석이 국밥집에서 쌈질하고 순애에게 소금 맞고 닫힌 국밥 문을 보며 주춤주춤 걸음을 옮기는 장면에서 그동안 딴눈 팔지 않고 달려와 얻게 된 성공에 균열이 보인다. 


송강호 배우가 기억에 남는 중요한 장면으로 국밥집 장면을 꼽았던 인터뷰를 기억한다. 

진우네 국밥집에 기웅과 다른 선배들이 놀러와 밥을 먹고 나가며 진우는 기웅에게 책을 돌려준다(나중에 이 책 때문에 부독련 사건이 일어나고). 

우석이 고교 동창들과 국밥집에 들어설 때 젊은이들과 어른들이 스쳐지나가는 연출도 의미심장했다. 국밥집에서 우석이 불콰해져 허세 떨다가 윤택과 치고받으며 싸우게 되고, 진우에게 계란 아무리 던져보라고 했다가 한 소리 듣고 돈 안 받는 진우에게 호로자식 드립(...)을 쳤다가 순애씨에게 소금을 맞으며 쫓겨나는 등 앞으로 일어날 사건과 인물 관계를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치고받는 액션(ㅋㅋ)이 있기도 했지만 부글부글 끓느라 시동이 걸린 장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국밥집에서 운명으로 건널 징후였다면접견실 장면은 우석의 욕망이 결정타를 맞고 푹 꺼진 싱크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속물 세법 변호사라며 자조하면서 그 밑바탕에는 세간에서 부르고 인정해주는 성공 너머 무엇이 깔려 있었다. 

송우석은 선택의 순간, 자신의 밑바닥을 외면하지 않고 충실하게 '부독련 사건'이라는 선택지를 집어들었다.


감독님 인터뷰 가운데 송우석이 불의에 분노하는 모습은 흔할 수 있만, ,  밤새 책을 다 뒤져 읽고 원인을 성찰하고 새벽에 선배에게 찾아가 질문하기에 남들과 달랐다는 말씀이 기억난다.      

 

접견실에서 폭압에 부서진 진우를 보고 재판을 맡기로 결심하고 변모하는 송우석을 이해할 수 있는 근간을 심어두는 작업 과정을 들으며 이 한 마디가 떠올랐다.

(요즘 참 보기 싫은 광고이기는 해도) 이만한 카피가 없다. 


'근거를 대라! 근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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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자료조사하고 실제 인물을 인터뷰하고 시놉을 쓰다보니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 자료조사를 너무 많이 해서 생긴 문제인지, 플롯에서 생긴 문제인지 따져봐야 한다.





처음과 엔딩은 있는데 중간이 어렵다.


= 인물 중심과 사건 중심이 있을 때, 사건 중심으로 풀 때 보다 쉽다. 고민을 덜해도 괜찮지만, 작위적이고 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너무 이야기가 쉽게 간 것은 아닌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많이 보던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 캐릭터를 잡고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 욕망과 운명, 욕망과 운명으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에서 어떤 실패를 겪은 다음 어떤 운명으로 갈까 고민해보면 지금보다 확장된 캐릭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시나리오 작가로 입봉하는 계기와 경로


= 공모전, 영화사의 기획 아이템을 받아서 작가가 작업하거나, 작가가 쓴 오리지널 작업으로 데뷔하거나, (변호인처럼) 감독님 아이템을 받아 작가가 작업하는 등 방법이 있다.





국밥집에서 도망치는 장면 이전에 판사 장면이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강화되었을까?


= 판사 시절이 있었다면 캐릭터가 이야기에 급작스럽게 들어오는 느낌이 덜했을 것이다. 왜 그리 돈에 집착하는가, 판사 시절에 어떤 사건이 있었다. 기득권에 대한 반항, 혹은 이질감. 영화에서는 고시에 떨어져 벽에 글을 새기는데, 초고에서는 공사 현장에서 관리소장에게 월급을 떼어먹히고 국밥집에 밥값을 못냈다. 송우석이 판사가 되고 관리소장이 피고인이 되어 만나는, 캐릭터에게 아픔을 줬던 캐릭터를 심판하는 위치에 있던 사건이 있었다. 몇 년 사이 처지가 완전히 바뀌지만 배석 판사였기에 주임 판사에게 압박을 받아 그 일로 판사를 관두게 된다. 기득권에 대한 반항이라고 할까.





시나리오 작업 고수는 어느 정도였나?


= 작가마다 차이가 있다. 

일주일 정도 작업하고 고를 내기도 하고, 2~3개월 동안 많이 고치고 고를 내기도 하는데, 저는 4고까지 작업하고 감독님은 한 23고 작업했다. 

감독님은 한 일주일, 열흘 정도 작업하시고 고를 내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4고 이후,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진우 외 피고인들의 이야기나 다른 변호사들 사이에서 우석을 무시하는 이야기 등등이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빠졌다. 


(4고 이후) 크게 바뀌지 않았다. 21고 이상으로 나왔길래 다 바뀐 거 아닌가, 다 바뀌면 크레딧은 어떻게 되는 걸까. 감독, 프로듀서, 조연출 등이 라이팅에서 공헌도가 크지 않아도 작가 크레딧에 올라가기는 쉽다. 반면 작가가 작가 크레딧을 달기란 굉장히 어렵다.

제가 들은 어떤 사례로는 작가가 힘들게 시나리오를 썼는데, 감독이 보고 폰트를 바꿨는데 영화에서는 각색으로 감독 이름이 올라갔다. 누군가는 폰트를 바꿔서 얻는 크레딧을, 작가는 힘든 과정을 통해 올라간다.





작가 오리지널이라도 인정받지 못하거나 소유권 지분이 나눠지는데 안타까움을 느끼셨을 것 같다. 

드라마 준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드라마는 영화와 이야기 푸는 방식이 다른데 계속 드라마를 하실 건지?


= 작가가 한국 영화 현장에서 착취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 같다. 작가 오리지널이라 할지라도.

<나는 아빠다> 같은 경우는 감독님이 많이 고치셨는데도 각본에 제 이름 혼자 올라와있고, <변호인>의 경우 21고 가량 나왔고 잘 각색이 되었지만 크게 변화가 있지는 않았음에도 공동으로 이름이 올라갔다. 물론 감독님이 기획을 하셨기에 그 공헌도를 반영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감독, 영화사 사이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느냐가 문제다. 영화 제목, 바뀌지 않는 부분, 주요 캐릭터, 엔딩을 작가가 확보하고 있다면, 작가의 오리지널을 가지고 있다면 작가가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불리하다.


천만 영화가 한 10편 정도 되는데, 그 가운데 전업 작가는 <왕의 남자>를 썼던 최석환 작가님 정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쓴 한지훈 작가님도 드라마로 가셨고, 대부분 감독이 되거나 드라마로 넘어간 것 같다. 전업 작가로는 활동하고 계신 분이 거의 없다. 관객이 천만이 들어 영화가 흥행했어도 작가가 감독이 되거나 드라마로 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든다.

최소한 드라마 작가는 자신의 글에 관한 평가는 자신의 영역으로 받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쪽은 약한 게 아닌가.





시퀀스 작업할 때, 두 시간짜리 영화라면 8개를 치고 맥기가 쓴 책을 보면 20개가 넘는 경우도 있더라. 가장 많이 쓴 시퀀스 갯수는?


= 시퀀스 숫자를 규정하기 힘든 것 같다. DVD 보시면 챕터 나눠져 있는데, 8개도 있고 3~40개도 있다. 작가 취향이나 스타일에 따라 유동적이다. 큰 범위로는 8개로 나눈다. 1막, 2막, 3막 나눌 때 1막은 2개, 2막은 2개, 2개, 3막은 2개, 다시 시퀀스를 나누면 보통 30개 정도 작업하게 된다. 사건 수를 30개로 하면 이야기 러닝타임이 맞게 되었다. 


시나리오 씬 작업할 때, 니쥬(바람잡기)와 오도시(유행어로 터뜨리는)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변호인>에서 국밥집 장면은 니쥬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면을 위해 그 전에 깔아주는 장면들, 시나리오 100씬을 쓴다면 이 장면은 관객이 좋아할 것 같다, 반응을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오도시를 표시해두고, 내 영화가 몇 분 간격으로 그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판단이 선다. 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그 (장면) 이전에 어떤 조성이 필요한가 구조적으로 하게 된다.





품 쓰실 때 걸린 시간, 감독님이 원했던 제목은 따로 있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제목이었는지,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어떻게 풀었는지?


=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작품인데도 제가 쓴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빨리 썼던 작품이다. 자료조사하는데 2개월 정도하면서 캐릭터와 이야기 구성을 같이 잡아나가고, 트리트먼트 작업을 2개월 정도, 트리트먼트에서 크게 바뀌지 않고 초고로 넘어갔다. 50페이지 정도면 중편 소설 정도 되는데, 그걸 그대로 씬으로 초고로 옮기는 과정은 1개월, 초고 나오는 과정이 5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자료조사 덕을 많이 봤다.


감독님이 생각했던 제목은 '갈증'이었다. 다소 관념적이고 상업 영화의 활력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법정 영화에서 법정 중심인데, 내 이야기가 중간까지 주인공 이야기로 풀어도 될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고문씬은 공포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썼던 것 같다. 어렵게 썼던 부분은 나중에 많이 삭제가 된 것 같다. 


송우석이 부림사건을 맡고나서 오는 프레스가 약했던 것 같다. 해동건설 건으로 세무조사가 들어오는 일 이외에 다른 사건이 있었는데, 이건 왜 삭제가 됐는지 충분히 짐작한다. 요트 사건과 비슷하게, (송우석의) 장인 어른과 관련하여 조선일보와 같은 신문에서 빨갱이 변호사라고 공격하는 장면을 힘들게 썼는데 영화에서는 빠졌다. 그런데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사건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기에 삭제된 것 같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작업하시는지.


= 모범 답안은 6시간 정도인데, 하루 종일 작업하다가 작업이 없으면 하루 종일 놀고 규칙적이지는 않다. 앞으로는 하루에 5시간 작업하도록 하겠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노무현을 생각하면 좋겠는지, 아니면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는지?


= 기획안 보시면 아시겠지만 캐릭터 이름이 (노무현이었다).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이고, 자료조사하며 노무현 대통령께 빚진 것이 참 많다. 작가로서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실제로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작가로서는 전자 쪽이다.


한편으로 영화 개봉 전 실화적인 색깔, 실제 캐릭터에 대한 느낌을 많이 희석하려고 했고 마케팅도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는 그분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가셔서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분들이 극장에 가실 때의 대의명분, '이 영화는 (노무현에 관한) 그런 영화가 아니다'라는 것이 있어야 많이 보시지 않을까해서 마케팅도 그렇게 가지 않았나 한다.





고문 장면은 실제인가?


= 고문 장면은 실제 부림사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조사했다. 당시 그런 일이 워낙 많았기에 수기 같은 것도 많아 참고했고, 특히 많이 참고했던 부분은 김근태 의원님 이야기였다. 통닭구이, 라면 국물 붓기 등등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자료 조사하던 가운데, 자료를 봤을 때 재미있기는 한데 막상 글을 쓸 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선별해나가는 과정, <변호인>을 예로 든다면 어떤가.


자료 조사한 게 아까워서 다 넣고 보자, 그런데 처음 단계에서 알 수 없지 않을까. 처음에는 판단되지 않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에 적용하기 전까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 시기에 맞지 않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걸 알고 가서 볼 테니까, 시기가 다소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한 번 넣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아까 연설도 대선 당시 연설이었지만 과거로 바꿔넣었고, 요트도 가능하면 잘 알고 있는 것을 가능한 활용하려고 했다.




습작할 때 어떤 방향성을 가졌는지?


= GP506 습작할 때 노예처럼 작업했다. 30~40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일주일에 한 번씩 썼다. 내가 쓰는 이야기가 제대로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왜 그렇게 페이지에 집착하셨는지. 그 기간이 1년 반 정도였고, 나중에 보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습작은 재면서 할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많이 쓰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해당 시간에 내지 않으면 욕을 많이 먹었는데, 욕을 먹지 않는 환경에서는 내가 이렇게 써도 될까 점검하며 작업하시는 게 좋겠다. 짧은 시간에 물리적으로 많은 양을 습작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템 선정 노하우나 원칙, 경험담.


= 소재보다는 기획적 측면에서 접근하려고 했다. '무엇'에 관한 이야기보다 충돌적 요소를 이야기하는 쪽으로 잡으려고 한다. 아이템 자체보다는 아이템과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결과적으로 아이템을 잡는 노력을 했다.






**


작가 지망생이나 글 쓰는 분들이 많아 질문 내용도 거의 시나리오 쪽이었다.

무슨 영화가 나올지 모르는 긴장감이 좋아 블라인드 시사회를 신청해 영화를 보곤 하는데, 가끔은 설문지에 폭풍 지적질을 할 기력조차 상실하게 할 정도로 엉망인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가령 N 포털 영화 페이지에서 본인은 심각하지만 여러 사람을 웃긴 리뷰로 공전의 힛트를 쳤던 '살*자'라거나. '대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눈과 귀, 마음을 모두 블라인드하고 만든 거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단 완성작으로 모든 평가를 받는 창작자의 고생과 외로움도 헤아리고 싶었다. 과정이 얼마나 고생스러웠고 절절했느냐는 그다음 문제가 된다. 잘 되면 잘 될만한 자양분이 되고, 안 되면 망할만한 삽질이 되는 거고. 


이야기가 왜 이쪽으로...? 


아무튼, 영화표를 구기거나 리모콘을 내던지며 욕했던 작품이나 영화표를 모으거나 하드가 터지게 고화질로 받고 DVD도 지른 작품을 쓴 작가들, 앞으로 새로 만날 작가들 뽜이링. 


그리고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현실은 들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고 최고은 작가 생각도 났고, 영화 스태프로 일하느라 고생했던 지인들 생각도 났다. '외화내빈'으로 요약하기 쉬운 대한민국에서 영화계도 그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씁쓸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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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는 (송우석 변호사 사무실이) 세무조사 받고 박동호 사무장이 이야기 없이 빠지는데, 사실 둘 사이에 이야기가 있었다.



동호는 우석이 돈독이 오른 흔한 속물 변호사인줄 알았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헷갈리더라며 요트 타고 올림픽 나간다고 하지 않나, 만날 돼지국밥이나 먹어대는 '바보'라고 한다. 



감독님이 쓰신 대사인데 빠졌다. 제 생각에는 '바보'라는 대목 때문에 빠지지 않았나. (노무현을) 강하게 생각하게 하기에.

국밥을 계속 먹는 장면도 이 대사를 쓰기 위해 있었다.















강의 75분, 질의응답 45분으로 예정했는데, 강의 마친 뒤 질문도 우르르 쏟아져 예상 시간보다 길어졌다.


나도 궁금했던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질문과 답이 오갔다.

내츄럴 본 타이밍 루저(ㅠㅠ)이기도 하여, 강의 마치고 따로 질문했다.


영화에서는 '송우석'이란 한 인물에게 초점이 모이다 보니, 진우와 기웅과 같은 피고인, 진우 엄마 순애, 박동호 사무장 등 주변 사람들의 변화는 상당 부분 생략된 느낌이 들었다. 윤택은 계란 세례를 받은 우석에게 옷을 바꿔주고 마지막 공판에서 외신 기자들을 모으고, 박병호 변호사도 우석의 노력에 네가 잘했고 내가 잘못했다고 털어놓기는 했다.


실제 부림사건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당당하게 발언했고, 피고인 가족끼리 모여 판사 집 앞에 찾아가서 격렬히 항의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극 중에서는 국가 폭력의 '희생양'임을 드러내다 보니 인물의 능동성도 아쉬웠고, 우석 주변 인물의 '변화'가 급작스레 다가왔다. 박동호 사무장도 우석을 부단히 말리다가 느닷없이 마지막 공판에는 나타났다. 공판마다 순애와 진우, 다른 피고인의 변화도 비쳤으나 너무 짧았다.

  

물론 87년 고 박종철군 추도집회에 참여했던 우석 주변 인물들(박동호 사무장, 부산 지역 변호사들, 진우와 기웅을 비롯한 피고인 등등), 재판정에 선 우석을 변호하러 일어나는 수많은 변호인으로 그 '변화'가 해소되었기에 그 변화의 과정을 가지치기했으리라 받아들였다. 대규모 변호인단 출석처럼 힘 있는 엔딩이 없었더라면, 자칫 '밸난' 변호사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선택과 실천이 '영웅주의'라는 흔한 선을 넘어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송우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고 영화가 산만해질 수도 있어 정리했겠지만, 시나리오상에는 꼭 있을 법한 우석 주변 인물이 바뀌는 장면이 궁금했다.


그런데 질의응답 끝내고 비하인드 장면을 소개해주셨을 때, 궁금증이 약간 풀렸다.

시나리오에서는 4차 공판 후 우석 사무실로 세무조사가 들어와 뒤집힌 다음 우석과 동호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동호는 우석이 돈독이 오른 흔한 속물 변호사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헷갈리더라며 요트 타고 올림픽 나간다고 하지 않나, 만날 돼지국밥이나 먹어대는 '바보'라고 한다. 그를 가장 가까이 지켜본 사람 가운데 하나인 동호의 고백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마 '바보'라는 낱말 때문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이 역시 실화의 색채를 빼는 과정이었겠지.


아무튼 시나리오 상에는 이 장면 외에도 주변 인물의 변화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었으나, 영화화하며 빠질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차동영 경감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야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지만.


이에 작가님도 최종 공판 후 진우가 엄마 순애와 무언가 풀어가는 부분이 없어 아쉽다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 진우나 기웅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혹독한 고문 후유증으로 진우가 죽었나 걱정하는 분도 계셨는데, 87년 추도집회에서 푸른색 옷을 입고 박종철 열사 영정을 들고 있는 미남이 진우입니다.




여러분, 진우 죽지 않았어요. 옆에 기웅이랑 뒤에 다른 선배들도 살아있어요. 

걱정되는 사람은 윤성두 중위. ㅠㅅㅠ




아, 영화 보기 전에는 다섯 번의 공판이 어떻게 지루함 없이 갈 수 있을지 기대했는데, 매 공판과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틈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법정물을 쓰실 의향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것은 여쭤보지 못했다.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실마리를 조심스레 잡고 따라 올라가 엿보았다. 

스크린 속으로 한 번, 그 안에서 또 한 번 파고들어 갔다.

아끼는 단골집 주방 안으로 들어가 재료 조달하고 음식 만드는 과정 구경해보는 느낌? 실제로 그래본 적 적은 없는데 괜히 그럴 것 같네요.  


영화 제작 현장은 지난 영화 제작보고회 때 공개된 메이킹 영상을 통해 짧게나마 봤고, 앞으로 나올 DVD에서도 더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영화를 이루게 한 또 하나의 숨은 강력한 힘인 시나리오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 길은 희미하다.  

제작사 대표 최재원님과 양우석 감독님 인터뷰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접했지만, 정작 작가의 이야기는 들을 기회가 없어 못내 아쉽고 또 안타까웠다. 다른 영화도 대부분 그렇다고 해도 이상하잖아요. 참, 그러고 보면 보통 드라마 보기 전에 작가가 누군지 보고, 영화 보기 전에 감독이 누군지 보곤 하는데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 의아하다.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말도 그렇고.




강의 내내 관객과 시청자의 눈과 귀에는 생소한 이야기가 가득하여, 들으면서 계속 '오, 신기해! 훠우! 신기해!' 비집고 나오는 촌티를 참느라 힘들었다. 




ㅋㅋ


앞으로도 '저 장면은 왜 넣은 거야', '저 인물은 왜 저러고 다니지?' 여전히 투덜거리겠지만(ㅋㅋㅋ), 예전보다 내밀하게,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여 옆에는 뭐가 있나, 뒤에는 뭐가 있지 뜯어보는 재미를 느낄 것 같다.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닿고 피어나는 감상이 가장 솔직하나, 꼭꼭 곱씹어 보는 맛이 오래 감도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라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작품을 보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겠다. 




그리고 앞으로 드라마를 쓰실 건가봉가.

꺄, 드라마 덕후는 설레쟈나. *^^*

어떤 장르라도 좋은 작품으로 얼른 만나고 싶다.



변호인은 제작자, 감독, 배우들 모두 말씀을 진심 어리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작가님 강의 들으며 어김없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글이 어떻게 쓰였나 궁금했던 밥버러지 연어는 행복했다.

영화를 이루는 훌륭한 글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건필!






문제 시, 박진우(부산공대 81학번, 어머니가 돼지국밥집 하심)의 아사코로서(*-_-*) 가석방되는 날 초당두부 들고 부산구치소로 찾아감.

문제 없을 시, 87년 고 박종철 열사 추도집회 때 우석, 진우와 함께 추도집회 참가함. 최루탄에 눈물 콧물 빼지 말라고 커다란 물안경 한 상자 들고감.










엏께이,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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