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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Bon voyage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수 천개의 탑과 사원이 있는 '바간'을 만나러 갑니다

밍글라바!

지난 번에는 버마(미얀마)의 자존심, 양곤에 있는 쉐다공 파고다를 둘러봤지요. 

이번에는 세계 4대도 아닌,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바간'으로 가봅니다.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꼽히는 곳은
버마의 바간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드르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
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캄보디아에는 많이 가지만 버마 쪽으로는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저도 버마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도와주신 분 외에 한국인 관광객은 한 번도 만나질 못했어요.
특히 바간에서는 숙소에 동양인이 저희밖에 없어서 직원들이 아침 식사가 입에 맞는지 걱정하면서
급기야는 중국식과 서양식 모두를 준비해서 한 상 가득 차려줬어요.
그래서 옆에 있던 프랑스 아저씨가 가자미눈을 뜨면서 질투 작렬...ㅎㅎㅎ

다른 곳에 비해 낯설지만,
바간에 가면 그 매력이 내 가슴 속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를 거에요.

바간은 수도 양곤으로부터 비행기로 두 시간 남짓,
버스로는 (고장이 나지 않는다면) 열 네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습니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버마족 바간 왕조의 터전이었다는 바간에는 수 천개의 탑과 사원이 있어요.
하지만 워낙 넓은 지역에 흩어져있기때문에 일정을 잘 잡을 자신이 없다면 
마차를 빌려 마부 아저씨가 이끄는 일정대로 가는 것도 편한 방법입니다.

바간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뺀들뺀들한 삐끼가 자동차 투어를 권했는데 거절하느라 좀 고생을 했어요.
비용면에서도 그렇지만, 마차를 타고 하루 종일 다닐 수 있는 것이 훨씬 좋았어요.
친환경적이기도 하겠죠?

마부 아저씨를 따라 처음 간 곳은
바간에서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쉐지공 파고다.




양곤의 쉐다공 파고다와 비슷하게 중앙탑에 모조리 금을 입혔죠.
덕분에 아침부터 눈이 호강을 누렸네요.



비둘기들이 날아가면서 금잎사귀를 뿌리고 가는듯 했어요.

사실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탑과 사원은 양곤에서 눈이 멀 정도로 실컷 봤기때문에
감흥 또한 멍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들판에 외따로 서 있는 탑이 멋지더라고요.
이렇게 탑을 세우는 것이 큰 공양이라고 여겨서 앞다투어 탑을 짓고 사원을 지었고,
그 결과 수 천 개의 탑과 사원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 되었습니다.



높은 건물이라고는 오직 이런 탑들뿐이고
어지러운 간판도 없는 이 곳 풍경은 눈이 참 시원해지죠.





웬지 모르게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사크레쾨르 성당이 겹쳐보이는 사원이죠?
주로 바간 시대에 만들어졌지만, 다양한 양식의 탑과 사원을 접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불상의 수인(손과 손가락 모양)과는 사뭇 다르죠?
복식도 많이 다르고요.
겉에서 볼 때는 그냥저냥 평범해보이는 사원도 안에 들어가면 크고 화려한 불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서양애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아난다 사원.
새하얗고 화려해요.
그런데 여기 도착해서는 너무 덥고 지쳐서 사원 앞마당 툇마루에 누워버렸어요.
깜빡 졸기도 해서 시간이 꽤 흘렀는데 마부 아저씨가 찾으러 오지도 않아서 우릴 두고 가버린줄 알았어요.
나가보니 아저씨도 주무시고 계셨더라고요. ^^;




다른 사원들과 다른 느낌으로 화려하죠?
유럽의 궁전이나 대저택같은 느낌과 비슷해서 서양애들이 좋아한다고 했나봐요.
저 붉은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있다가 
바람이 불어 새하얀 벽에 흩날리니 예쁘더군요.









해질녘이 다가오니 발걸음도 느려지고 발은 새카맣게 되었지만
이렇게 새로운 모습의 사원을 보면 반갑죠.




붉은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지은 건축물이 많은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요.


마치 어릴 적 과자 '초이스'처럼... 
(요즘 다시 나왔던데 롯데라서 포에버 굿베이...)




해질녘 노을을 보기 위해서 전망이 좋다는 탑으로 가서 본 풍경들...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탑 꼭대기에서 내려오는데
문제는 탑 내부에 조명이 없어서 앞이 안 보이는 거에요.
어떻게 내려올까 하다가 카메라 플래쉬를 펑펑 터뜨려가며 계단을 비추면서 내려왔어요.ㅎㅎ






마차를 빌려 하루종일 다녔는데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 좋았어요.
말똥 냄새도 많이 났고,  
요놈의 말이 잔머리를 굴려서 움푹 패인 길에서는 
바퀴가 패인 곳으로 빠지거나 말거나 자기는 평평한 곳으로 가서 마차가 마구 덜컹거리고 ㅎㅎ

아저씨가 딱 해줄 말씀만 하시고 이상한 거 강권같은 것도 안 하시고 잘 챙겨주셨고
삯도 예상했던만큼만 부르셨어요.
고마워서 삯을 더 드리려고 했는데 그럼 다음에 관광 오는 사람들이 더 내야하고 그런 걸 생각해서
가지고 간 기념품을 드렸어요.
여행 가서 돈을 더 주기는 뭣하지만 고마움은 전하고 싶다면 작은 기념품을 가지고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바간의 노을 한 번 더...







이 분은 양곤의 짜욱땃지 파야에 있는 누워있는 부처님이에요.
바간에서 양곤으로 다시 돌아와서 봤는데...


그야말로 부처님, 아이라이너, 립글, 섀도우 공유 좀...이 절로 나오는 
비쥬얼쇼크 그 자체...

우리나라 불상에서 볼 수 있는 부처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고,
왕자이지만 스스로 그것을 벗어던지고 나온 붓다의 인생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이 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존경하는 부처님은 
곱디 고운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꾸며놨을 거란 생각을 해봤네요.


버마 여행은 여기까지고요,
몇 년 되어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사진 보면서 다시 곱씹어보게 되었어요.
여행을 하며 가슴이 탁 트이는 감동을 전해주는 흔치 않은 곳이라서 좋았지만,
정국이 불안정하고 독재 군부, 인권 문제 등이 마음에 걸려서
관광객으로서의 사치만 누리고 온 게 아닐까하는 미안함이 함께 하네요.

지금 버마 여행 가능하다고 하니까 가실 분들은 가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태국,버마,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이렇게 대륙동남아 지역은 11월~2월이 여행 다니기 좋은 계절이거든요.


흔히 좋아하시는 그런 나라가 아님에도 읽어주셔서 고맙고,
다음 여행지를 좀 더 고민해서 사진 들고 올게요.


Free Burma
Free Korea


-
여행정보를 깜빡했네요.
너무 좋다고 꼭 가보시라고 해놓고는 ㅎㅎ

* 비자 *
일단 버마를 가려면 비자가 필요해요.
저는 다른 나라에 있을 때 버마에 가게 되어서 그 나라 여행사에 가서 비자 수속을 맡겼어요.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사에 대행을 맡기거나 주한 미얀마대사관에 문의하시면 될 거에요.
올 초에는 정국이 불안정해서 여행 자제 지역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여행 가능하다고 하네요.

* 교통 *
직항편은 생겼다가 없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여행사 광고 보면 가끔 한진관광에서 대한항공 직항기로 버마 여행상품이 나오긴 했는데 요즘엔 어떨는지.
중요한 건 버마는 육로입국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바로 붙어있는 태국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입국을 해야 했어요.
방콕<->양곤 이렇게 다니는 비행기가 많아요.
저는 MAI(미얀마 에어웨이 인터내셔널) 이용했는데 타이항공과 코드쉐어가 되는 듯 했어요.
그러니 방콕으로 일단 가서 갈아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버마 국내에서 이동할 때는 버스가 저렴한데 한 번 고장나면 시간이 대책없이 걸린다는 단점이...
고물 버스에다 도로 사정이 좋질 못해서 차멀미 심한 분들은 고생하실지도...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더 나아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비행기로 이동했어요.
양곤<->바간은 에어만달레이로 이동했고요.

* 화폐 *
버마 돈 '짯'을 써요.
호텔 비롯해서 웬만한 곳은 달러도 많이 받아요. 
환율은 정부 공식 환율은 '개나줘'고, 암시장 환율이 실질 환율이에요.

* 여행 참고 *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11월~2월이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그나마 좀 덜 덥고 비도 잘 오지 않거든요.
그래도 덥긴 덥죠...^^;

버마가 영국 식민지 경험도 있어서 영어가 잘 통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기본 인사말 정도는 그 나라말로 하면 좋겠죠?
'밍글라바'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이에요.
설령 영어가 잘 통하지 않더라도 버마 사람들이 친절하게 잘 도와줍니다.
양곤에서 길을 잘 못 찾겠어서 어떤 아저씨께 여쭤봤는데 
순식간에 사람들이 막 몰려와서 자기들끼리 침 튀기더니 손짓발짓하면서 알려줬어요. ^^
무슨 전통 각성제같은 걸 질겅질겅 씹고 험하게 생겨보여서 물어보길 망설였던 어떤 주유소 직원도 
의외로 친절하게 알려줘서 감동...ㅎㅎ

여행 준비하면서 참고했던 것들은...
우리나라에 버마 관련 책이 별로 없을 때여서
론리플래닛 버마편을 봤어요.
설명도 잘 되어있고 지도도 잘 되어있고 좋아요.
다만 영어라서 짜증났을뿐......

그리고 저 여행할 때 항공편과 숙박 예약할 때 도움 주셨던 
http://cafe.naver.com/myabiz
그런데 운영자분이 지금 버마에 계실 수 없어서 여행사 일은 접은 상태에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버마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그리고 동남아 배낭여행 준비했던 분들이라면 빛과 같은 곳...
태사랑을 빼놓을 수 없죠. 
http://thailove.net

지금 보니 기타 국가란에 있네요.
대충 눈팅 쭉 하시면 감이 잡힐 거에요.

저는 양곤 3일->바간 3일->다시 양곤 1일, 이렇게 널널하고 게으르게 다녔어요.
버마 비자 받으면 한 달까지 다닐 수 있으니까 다른 데도 다니시면 좋겠죠?
로비 윌리암스의 The Road To Mandaly의 제목인
만달레이라는 곳이 바로 버마에 있어요.
이 곳도 멋지고 좋은데 못 가본 게 아쉬워요.


버마에 가시기 전에, 아니 가지 않으시더라도 이 글을 보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봅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코끼리를 쏘다'
원제는 Burmese Days, 조지 오웰이 식민지 버마에 있을 때 겪은 일들을 쓴 글인데
바간 공항에 내리니 이 책을 팔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어요.
식민지 버마에서 식민지배계층과 피식민지 버마인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심리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는 조지 오웰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요.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낯선 나라였지만
우연한 호기심으로 발을 딛은 순간 참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나아가 아름답고 화려한 유적지 뒤에 일상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나라 내부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여행은 계속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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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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