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도 오후 네 시 정도 되니 해가 자취를 감추고 어둑어둑해졌다.
이 날도 메뉴 선정 실패를 겪고 입에 간장 단내를 머금고 걷고 있는데
고등어 길냥이가 달려왔다.
부비적부비적
왼발로 비비고 오른발로 비비고
팔뚝도 부비적
무릎도 부비적
우쭈쭈쭈
그만 놀고 자리를 뜨는 발자국을 따라오더니만 저 찬 빙판에 누워 분주히 버둥거리는 냥이.
우리 동네에 있던 고등어 냥이는 몇 달째 보이지 않았고 나이도 많아 아마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성싶었다.
그러던 차에 낯선 곳에서 그 냥이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다리를 휘감으며 부비적대고 버둥대는 모양이 꼭 닮아 정말 놀랐다.
온몸을 부비적대느라 당최 얼굴 정면을 마주보기 힘든 것도.
동네 냥이처럼 귀가 잘린 상처가 있나 확인했다. 얘가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고 오타루 웰컴 패스를 끊어 오타루까지 왔을리 없는데...
설령 무지개다리를 건넜더라도 얘를 빌어 걱정하지마, 나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재밌게 잘 지내 안부라도 전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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