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한 이유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묘소를 옮겼다.
한지 수의를 해드리고 화장을 하고.
엄마가 한지 수의 찾아보라고 하셔서 찾아보면서 엄마와 '내가 죽으면 이렇게 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장묘 문제로 시끄러운 집들이 한 두집도 아니라 화장을 해달라고 평소에 말씀했다.
티비에서 보니까 화장을 하고 그 재로 탄소화 공정을 거쳐 다이아몬드같이 만들더라, 난 그렇게 해줘라 하셨다.
엄마의 시가가 되는 그 동네에 같이 묻히는 것도 별로고 그냥 어디 멀리 여행 가서 던져놓으라고.
그래서 난 비행기 타고 기차로 몇 번 갈아타는 곳이라도 경치 좋은 데라면 꼭 가겠다 했다.
사실 화장하고 그 재를 담은 함을 들고 비행기에 어떻게 타며 다른 나라에 입국은 어떻게 할지 조금 걱정이었는데, 탄소 알갱이가 된다면 그 또한 문제될 게 없어보였다.
우리 촌스럽게 꽃 너무 갖다놓지 말자고 했지만 은근 집집마다 경쟁적으로 꽃을 가져다놓았다.
보라색에 키가 크고 여리여리한 꽃은 엄마와 남대문에 가서 골랐는데, 가게 사장님 말씀으로는 신상이라 했다.
미노년이었던 우리 외할아버지 앞에 놓이려면 이렇게 늘씬하고 청순하면서 촌발날리지 않는 색깔이어야해 하며 골랐다.
우리집은 큰 집은 아니지만 어찌하다보니 차례를 지내고 있는데, 기본적인 것(집안에 따라 그 기본이라는 것이 천차만별이지만) 이외에는 변칙 메뉴들이 꽤 등장한다. 새로 나온 맛있는 주전부리나 술도 올려야 조상님들도 기뻐하실 것 같아서 그렇다. 다 큰 형제자매들이 명절 핑계로 겨우 만나는데 음식 장만하는 것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빈정상할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지론이기도 하고.
우리만 이렇게 변칙이 난무하는 차례상을 차리는 줄 알았는데 '조상님들도 최신 간식 궁금해하실 것 같다'며 크리스피 도넛, 피자 등등을 올리는 집들도 있었다.
아 이 땐 차례는 아니었고 눈 펑펑 오던 날 성묘를 갔는데 곳감, 영국 크래커, 모리나가 화이트 초콜릿, 참치 육포, 청하를 놓았다.
외할머니는 내가 나기 전 딱 일주일 전에 돌아가셔서 뵌 적이 없고, 외할아버지는 말을 시작하기 전인 다섯 살 때 돌아가셨다. 지금 기억나는 건 말을 시작하기 전이라 그저 옹알댔을 뿐인 나를 외할아버지 보료에 앉혀놓고 새우깡이며 초코파이를 건네주셨던 것 정도. 대학 가서 소주와 함께 등장했던 노래방 새우깡이나 냉동실에 쟁여뒀던 초코파이를 보면 때때로 생각난다. (새우깡은 메이드 인 농심이라 이제는 먹지 않는다.)
내려오기 전에 쌓인 눈 위에 손가락으로 끄적대고 왔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큰삼촌네가 다녀갔는데(신기한 일이다. 이 땐 명절 근처도 아니었는데 마치 짠듯이 줄줄이 다녀갔다)
큰삼촌이 이걸 보고 도대체 누가 장난친 거냐며 집집마다 전화해서 물어봤다.
설에 만나 내가 그랬다고 하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노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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