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가고 라일락향이 진해졌다.
초등학교 5학년 봄소풍 마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돌아오는 길에 라일락이 향긋하게 담 너머 우리를 불러 모았다.
"너네 그거 아니? 라일락 잎을 먹으면 사랑의 맛을 알 수 있다."
우리를 지켜보던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정말?','정말?'
우리는 공부는 하기 싫어하면서 사랑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선행학습을 하고픈 의욕에 라일락 잎을 하나씩 뜯어 입에 넣었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는 수 백년 된 은행나무를 비롯,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있었다.
수업할 때 창문 여는 날이 늘어나고, '춘곤증'이란 게 존재하지 않아도 졸기 바빴던 봄에 라일락이 피었다.
"선생님, 라일락 잎을 먹으면 사랑의 맛을 알 수 있대요."
"어머, 진짜?"
가정 선생님이었는지, 독일어 선생님이었는지 헷갈리지만 아무튼 선생님께 진지하게 말씀드렸다.
우리보다 더 소녀같이 설레던 선생님은 다른 반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앞뜰에 나가 '라일락 잎을 먹으면 사랑의 맛을 알 수 있대.' 단체로 라일락 잎 시식회를 가졌다. 그리고 나는 은은한 라일락향과 함께 어디선가 얼핏 이런 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어떤 미친년이야?"
사랑에 울 때, 사랑에 잠을 설칠 때, 이 맛을 기억해낸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알면서도 모를 그 맛때문에 오늘도 혀 끝에 대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