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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운명이다'를 읽지 못하고 있다.
마음을 크게 할퀴고 간 결말-그 날-이 너무나 분명한 스포일러라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2주기 봉하마을에서 김제동의 만담에 웃기도 했던 그의 모습에,
그가 말하는 운명은 같은 스포일러 앞에서 조금은 덜 어렵지 않을까싶었다.
임기 말, 퇴임, 그리고 그 날로 이어지는 뒷부분에서는 영락없이 눈물을 쏟았다.
조금은 덜 어렵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어리석었다. 곁에 있었고 남겨진 사람의 몫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북한, 한미 FTA, 탄핵 등 큰 꼭지마다 창 밖을 건너다보며 '그 땐 그랬지' 한가하게 읊조리는 후일담이 아니라 고뇌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는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없었기에 왜곡과 날조가 빈번했고, 나 또한 상당 부분 사실이라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복기하여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강조했고 그에 동의한다. 최악을 막기 위해 연합을 해보지만 역사적 경험 부족과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행에 불안함을 느낀다. 누굴 몰아내고 심판하자는 구호가 현실로 이루어진 뒤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진영, 시민 단체로부터 고립당했던 참여정부의 모습은, 참여정부 자체 문제 이외에도 다른 주체들이 어떤 시선과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정권 한 번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리라 100% 기대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삶을 조금씩 바꿔 세상을 바꾸는 체질을 만들어둬야 하지 않을까. 체질이 달리니, (어떤 비리를 저지르고 부도덕해도) 경제 살린다는 공약에 탐욕을 팔아 표를 던져놓고, 강이 파헤치고 훌륭한 사회간접자본을 사사로이 팔아먹고 검역주권을 패대기치는 걸 눈 뜨고 보고만 있어야 하지 않나.
"힘이 모자라거나 시운(時運)이 안 되면 패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패배하더라도 우리의 가치를 부둥켜안고 있어야 다음의 희망이 있는 법이다. 당장 불리해 보인다고 우리의 가치까지 내버린다면 패배는 말할 것도 없고, 희망까지 잃게 된다"
너덜너덜해진 마당에 희망을 들먹이는 게 사치스럽고 냉소를 받을 지경일까.
예전처럼 희망을 말하고 실천하려면 고문을 당하고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어려워지면, 상상하기도 싫다.
노 대통령을 만난 것도 운명이고, 먼저 떠나고 옆이 비어있는 자리 또한 그의 운명이다.
그가 느끼는 운명은 또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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