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예년보다 규모가 줄었다던데 속상하다.
그래도 부처님 오신날은 기쁘게 맞이하자.
속살이 붉은 수박 모양 등을 보니 때 아닌 여름이 떠오른다.
다큐멘터리에도 나온 승가원. 승가원 아이들도 나왔다.
사진 찍던 정신 없는 손에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주길래 카메라를 내려놓고 같이 안녕.
코끼리. 코가 움직였다.
공작.
신데렐라의 호박마차같은 연등마차.
사진을 왜 이리 못 찍었는지.
부엉이가 정말 깜찍하고 귀여웠다.
오월에 보는 부엉이등이라 마음 한 구석이 찡했다.
동화책에서 툭 쏟아진 풍경.
엄마 천국이 어디 갔어? 알바 갔지, 가 아니라 여기 있구나.
조계사에서 나온 등이었는데 앞뒤로 물결처럼 움직였다.
마침 배경음악도 아라연이 연주한 비틀즈의 I Will.
이 등을 마지막으로 사뿐사뿐 경쾌하게 걸으며 종로 2가까지 따라 걸었다.
철 모르게 맨다리에 원피스를 입고 나갔다가 손끝이 저릴 정도로 추위를 느껴, 조계사 앞까지 따라가 회향 행사를 즐기지 못했다. 내년에는 철 좀 든 옷차림으로 연등회에 가야지.
큰 등을 끌고 가는 사람들 가운데 일정이 고되었는지 중간에 쓰러진 사람도 봤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
꼬맹이들은 나왔다가 앞에서 좀 밀리니까 이 때다싶어 주저앉는 바람에 길가에 있던 사람들이 웃으며 얼른 일어나라 했다.
광장시장 쪽에 아예 탁자, 의자를 펴놓고 소주에 족발을 거나하게 하던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스님들께 술을 권하기도 했다. 그래도 스님들이 '성불하세요', '맛있게 드세요' 대답해주시더라. '몰상식하게 왜 저럴까'하면서 흥을 제대로 즐길줄 아는 것도 배워야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