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창덕궁
다른 계절에는 여러 차례 갔는데, 이상하게도 여름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창덕궁에 간 적이 없는데, 드디어 다녀왔다.
운 좋게도 날씨가 궂지 않았다.
'9월도 여름이라고 할 수 있나?'
'올해는 9월 27일인가까지 여름이라더라. 그러니까 지금 여름 맞아.'
부용지에 핀 연꽃을 구경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림자 짙은 늦여름 창덕궁은 황홀했다.
들어가면서.
덕후 왔는가.
아침에도 사람이 많았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인정전 배경으로 사진 찍어달라고 하시며, 손으로 가슴께를 가로로 그으며 '이렇게 이렇게 끊지 말고 찍어줘요.' 하셨다.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풀샷으로 찍어드렸다.
미리보기를 못해서 잘 찍어드렸는지 모르겠다.
희정당 앞 부들부들한 풀들.
후원 다음으로 좋아하는 성정각.
붉게 물들기 전 가장 짙은 녹색과 그림자가 아름다운 늦여름.
잎에 스며 비치는 늦여름 햇빛이 기분 좋게 따가웠다.
선크림의 차단 지수를 믿습니다.
후원 들어가는 길
나무 터널을 지나면
부!용!지!
연꽃이 필 때가 아니라 아쉬웠다.
내년 여름에는 연꽃 필 때 가야지.
여름과 헤어지는 흔적들.
사진 찍는 앞으로 톡 하고 떨어졌다.
배인가, 다른 열매인가 자신 없네.
창덕궁에서는 하늘을 올려봐도 숲이 있다.
잘 보존된 나무들이 오랜 세월 자라, 하늘에도 숲을 이룬다.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키가 작아도, 잎이 작아도 제 모습과 제 자리를 존중받는 세상 같아서.
한반도 지도 같은 느낌적인 느낌.
후원 나와서 일반 전각 권역을 관람.
덥지는 않았는데, 햇빛이 강렬했다.
사진 찍으려니 선글라스는 포기해야 했고.
고로 이런 오만상을 찌푸리며 돌아다녔다.
한 석 달 뒤에는 하얀 눈이 앉아 있겠지.
이번에는 궐내각사보다 낙선재 쪽부터 먼저 봤다.
아이 가진 분이 천천히 낙선재의 단정한 창살을 가리키며 '너무 예쁘다'하는 모습에, 태어날 아이도 예쁘겠구나 했다.
높지 않은 건물 위로 흐르는 구름
빼꼼하게 드러난 늦여름
창덕궁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봐서 뿌듯하다.
서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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