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10 서울광장
2013.8.10 서울광장 여섯번째 촛불
광장 나가기 전에 속상한 글을 봐서 쓰린 마음으로 나갔다.
특정 당들이 주도한 판에 순수성을 잃었느니, 나가지 않는 게 현명하다느니, 나온 사람들이 선동되었다느니 하는 말을 들었다.
예전에도 광우병이나 FTA 반대 집회 때 언론에서 괴담 타령하거나, 길에서 가스통 할아버지들에게 '빨갱이X'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뭐래?'하고 넘어갔는데, 어제는 저 소리 듣고 적잖은 외로움과 서글픔이 밀려왔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공정성과 원칙을 잃어버렸다. 이에 분노한 이들은 당, 정치 성향에 관계 없이 너무나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의심하는 특정 당들 당원이나 지지자도 아니라는 당밍아웃을 굳이 해야 하나?
그리고 특정 정당이 주도하거나 어떤 세력이 있다는 불편함이 든다면, 더 많은 시민이 나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주최 측에 의견을 내거나, 자신이 그리워하고 원하는 순수한 집회를 꾸리는 방법도 좋다. 정치는 몇몇 '그들만의 리그'를 내버려두는 데서, 독점이 생기며 곪고 썩는다.
촛불을 들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황도 있고, 뜻에는 공감하나 집회 자체에 선뜻 참여할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다양한 방법'을 말하는데, 그 '다양한 방법'을 다른 이에게도 나눠줬으면 좋겠다. 아직은 그 '다양한 방법'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사안은 움직여줘야 한다고 판단하여 길을 나섰다.
나는 단지 민주주의 뿌리를 뒤흔든 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 어떤 선거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아찔함에 나갈 뿐이다. 너무나 하찮고 힘이 없기에, 머릿수 채우는 일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 봤자 경찰 추산 0.01명이겠지만. 경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불복하는 유치한 쪽으로 몰아가던데, 선수가 약물을 하고 심판을 매수하고 룰을 바꾸고 기록을 조작하는 경기라면, 승패 이전에 경기 자체가 문제다. 어째서 이를 지적하고 바로 잡는 일이 비난 받을 일인가? 덮고 지나간다면, 다른 누구도 얼마든지 겪을 수 있음을 너무도 쉽게 간과하는 것 같다.
버스 안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3·15 부정 선거에 항거했던 4·19 때도, 서울의 봄 때도, 87년 6월 항쟁 때도, 정부는 시민들을 좌경용공세력으로 몰아 고립시키려 했고, 시민들은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북한과도 관계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는 부연 설명을 해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연장선상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토닥였다.
맨 앞 유명인 존(ㅋㅋ)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사진을 찍기에 되도록 찍지 않는 편이다.
유명한 사람들보다는 이름 모르는 일반 시민 모습을 남기고 싶다.
그래도 천호선님과 심상정님이 반가워서 찍었다.
표창원님도 계시네.
염색 머리 때문에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지금 보니 너무 청순한 표정..ㅋㅋ
맵시 넘치는 분 bb
달도 나와줬다.
아빠와 딸
흔한 유부남의 촛불
잠깐 자리 비운 부인분 촛불을 들어주고 있는 손.
Have a good time
저 끝에서 내 앞으로, 내 앞에서 다시 저 끝으로 밀려왔다 가는 함성과 촛불은 온몸으로 담아왔다.
카메라를 내리며 '와!' 탄성이 터졌다. 몇 년 전에도 봤던 이 파도가 아직 일렁이고 있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쉽게 내뱉는 마음 상했던 여러 말보다 뜨거운 여름날 밤, 휴가와 주말을 포기하고 나온 수많은 이들이 고마웠다.
종종 경포대의 차갑고 푸른 물이 그리워 가고 싶어 징징댔는데, 어제는 뜨거운 촛불 파도를 맞고 왔다.
촛불을 들고 언니와 엄마에게 재잘대던 아이.
촛불이 타올라 짤막해지면, 또 다른 촛불에 불을 붙여 옮기고, 또 또 다른 촛불이 옆에 켜지고...
그리고 환한 빛이 되리라
엄마와 딸
어르신들도 점점 늘어나고, 가족이 함께 나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잊지 마세요, 당신도 누군가의 영웅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나의, 대한민국의 영웅을 만나고 왔다.
이 고마운 분들을 조금씩 기록할 테다.
촛불 시민의 찍덕이 되겠어요. *-_-*
정말 아이돌 찍덕 여신 스킬이 탐난다.
@서울, 201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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